허세욱 레몬박스 대표(오른쪽)와 박찬모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연구원이 식품기술이전협의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허세욱 레몬박스 대표(오른쪽)와 박찬모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연구원이 식품기술이전협의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건강기능식품기업 레몬박스는 요즘 업계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2019년 오피스텔 한쪽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가격 거품을 뺀 제품들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매출 6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치는 15억원이다.

레몬박스는 창업 초기 자사 홈페이지에서 소비자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로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사업 모델을 꾸렸다. 이렇게 쌓은 소비자 빅데이터를 토대로 2020년 종합비타민, 2021년 프로바이오틱스, 올해는 루테인&오메가3 제품을 출시했다.

허세욱 레몬박스 대표는 “소비자 데이터 1만 건, 타사 제품 데이터 4000건을 갖고 있었는데 기존 수식으로는 신제품 개발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허 대표의 고민을 날려준 ‘해결사’는 식품기술이전협의체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이 사업은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이 부족한 중소 식품기업이 외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레몬박스는 이 사업으로 동서연 숙명여대 IT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능성 원료의 효능 검증 및 적정 함량 선택법’이라는 푸드테크 기술을 이전받았다. 동 교수팀과 공동으로 특허를 출원한 허 대표는 “보통 6~12개월 걸리는 건강기능식품 신제품 출시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식품기술이전협의체는 농식품부와 수행기관인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비롯해 연구기관, 기술거래기관, 지원기관 등 4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식품협의체는 참여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 중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유망 기술을 추린다. 이후 기술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가치 평가를 지원하고 이를 쉽게 정리해 식품기업에 알린다. 기술 이전을 희망하는 업체가 나오면 개발자와 수요자 모두 만족할 수 있게 기술 거래(중개)까지 맡는다.

농진원 관계자는 “협의체사업은 전문가 컨설팅, 기술 도입 후 사업화 지원 등 수요자 중심인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첫해 식품기업이 기술보유자 등에게 지급한 선납실시료(로열티)는 7억500만원이었는데 2020년 10억2000만원, 지난해 10억52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이미 8월 말 11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수한 푸드테크 기반 기술이 식품산업 현장에서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상시 지원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