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계절에 빗대 그려낸…할머니·엄마·누나의 이야기"
밤이 가장 긴 날로부터 가장 짧은 날까지…. 동지에서 하지를 잇는 13개 절기로 한국 근현대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공연이 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창작한 복합극 ‘마디와 매듭’이다.

공연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두 댄스 시어터의 정영두 대표는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마디와 매듭’(사진)은 24절기 가운데 동지부터 하지까지 13절기를 이용해 근현대 여성의 이야기를 조명한다”며 “다양한 춤과 노래, 실제 인터뷰 영상 등이 어우러져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공연은 자연의 질서에 맞춰 다가오는 절기와 계절 그리고 명절을 살아내는 여인들의 생활상과 심리가 큰 줄기를 이룬다. 양력 4월 5일쯤 돌아오는 ‘한식(寒食)’ 날에 불꺼진 아궁이에서 찬밥을 먹으며 옛날 이야기를 듣던 꼬맹이 여자아이, 엄동설한의 ‘소한(小寒)’에 잠든 어린 자식들을 들여다보는 어머니의 모습 등이 묘사된다. 공연은 70·80대 여성들의 실제 인터뷰 영상까지 담아내면서 현실감을 살린다.

극본을 맡은 배삼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945’ ‘화전가’ 등 작품을 통해 근현대사의 주류에서 주목받지 못한 여성 서사를 다뤘다. 이번 작품에선 어린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인을 화자로 등장시켜 그들의 인생을 시적인 노랫말로 풀어냈다. 배 교수는 “전통적인 여성들의 이야기가 인고와 희생처럼 아픈 주제에만 국한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힘든 생활 속에서도 그들이 빚어낸 기쁨과 희망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디와 매듭’은 대사와 전통음악, 무용이 ‘삼박자’를 이루는 복합극이다. 이야기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정가 판소리 서도민요 등을 다양한 창법으로 들려준다. 정가는 조선 양반의 풍류곡으로 2014년 국악대상 가악상을 받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김나리가 부른다. 서도민요와 판소리는 각각 김무빈, 조아라가 맡는다. 여기에 피아노 대금 클라리넷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악기들의 연주가 더해진다. 정 대표는 “대사, 무용, 음악 등 여러 장르가 등장하는데 홀로 튀지 않고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ACC가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주제로 2년 전부터 개발한 작품이다. 다음달 7~8일 광주광역시 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공연한다. 티켓은 전석 2만원.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