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최대 3년 연장하고 상환은 최대 1년 유예하기로 했다. 2020년 4월부터 6개월 단위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이어왔으니 이번이 다섯 번째다. 원래 계획대로면 이달 말 연장 및 유예 조치를 종료해야 하지만 뜻밖의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변수가 생겨서다. ‘3고 위기’로 인해 자영업자·중소기업의 대량 연체 가능성이 커졌고,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자칫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타격이 극심했던 데다 아직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3고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가 만만찮을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연장, 재연장을 언제까지 거듭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금융위도 그동안 대출 만기를 6개월씩 일괄 연장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연착륙’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회사와 차주(借主)가 협의를 통해 연장 기간을 정하되 원리금 연체 등 ‘대출 거절’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대 3년까지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원리금 상환 유예의 경우에도 1 대 1 상담을 통해 영업 회복 속도와 대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환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내달 4일 출범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 조정, 신용위험평가를 통한 중소기업 신속 금융지원 등도 병행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로 57만 명의 대출자가 141조원의 상환을 미루게 됐지만 금융회사들에는 그만큼의 폭탄이 떠넘겨진 셈이다. 3고 위기 속에서 이들 중 몇 퍼센트나 부채의 늪에서 탈출할지 알 수 없다. 좀비기업에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 차주 비율이 지난해 14.9%에서 올해 말 18.6%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중에 부실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재앙을 맞지 않으려면 자율협약 단계부터 옥석을 철저히 가리고 점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