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원전 2기 건설 추진…'선도국가' 한국과 접촉중"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사진)은 28일 “네덜란드 내 2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원자력산업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에 참석한 뒤 28일 한국을 방문한 훅스트라 장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력산업 협력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에 논의된 여러 주제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가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했을 때 원전 협력 방안도 협의했다는 의미다.

훅스트라 장관은 “네덜란드에서 원자력은 시급한 당면과제인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원자력 에너지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쓰면 탄소중립을 위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현재 한 기의 원자력발전소만 운용 중인데 이를 더 늘리려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 실무회의가 최근 열린 것과 관련해 훅스트라 장관은 “미국 등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파트너 국가들과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네덜란드의 칩4 동맹 가입 여부는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유럽연합(EU)은 ‘EU반도체법’을 통해 반도체 연관 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EU 반도체산업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U는 2030년까지 반도체산업에 430억유로를 지원하는 법안을 지난 2월 발표했다.

훅스트라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 양자 회담 결과도 전했다. 훅스트라는 “반도체 공급망과 같은 기술·경제 관련 과제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분야, 특히 군사 분야에서의 활용에 대한 규범과 표준 등 개발 문제도 논의했다”며 “사이버 보안 등이 네덜란드 관심 분야”라고 소개했다.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대북 정책이 어떤 내용인지도 협의했다”며 “북한의 새 핵 독트린 발표는 한반도를 더욱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유럽의 지역 안보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우려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제국주의가 21세기에 존재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며 “한국이 정치적·재정적 측면에서 처음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훅스트라 장관은 2020년부터 네덜란드 기독민주당(CDA)을 이끌고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재무장관직을 지낸 뒤 지난 1월부터 외교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글=김동현/사진=김범준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