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와츠앱 등 메신저로 업무 내용을 논의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은 금융회사들에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SEC와 CFTC는 이번 신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노무라 등 11곳이라고 이날 공개했다. 이들 금융사는 SEC에 11억달러, CFTC에 7억1000만달러 등 총 18억여달러의 과징금을 내게 된다. 같은 문제를 일으켜 지난해 말 JP모간체이스에 부과된 과징금 2억달러까지 합치면 제재 대상은 모두 12곳으로 늘며 총액수는 20억달러를 넘긴다. 업무 내용을 기록하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 부과된 과징금 사례 중 가장 큰 액수다.

이들 금융사 소속 임직원은 와츠앱, 시그널 등 메신저를 활용해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누는 수법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해간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법 등에 따르면 금융사는 감독당국이 필요 시 확인할 수 있도록 업무상 대화 내용 등을 보존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임원이 직원들에게 와츠앱에서 정기적으로 업무 관련 대화를 삭제하도록 지시하면서 암호화 메시징 앱 시그널 사용을 권장했다. 노무라에서는 CFTC의 조사 계획을 전해들은 직원이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금융사들의 이 같은 행위 때문에 SEC는 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사기 사건 수준으로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평가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금융의 기반은 신뢰”라며 “이번 과징금 부과 대상들은 신뢰를 저버렸다”고 강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