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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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허리케인 '이언'이 미국 최대 오렌지 산지인 플로리다주를 덮쳤다. 이 영향으로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이틀 연속 상승했다. 감귤녹화병으로 가뜩이나 빠듯한 오렌지 공급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3.3% 상승한 파운드당 1.88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다. 최고 시속 약 250km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한 이언이 플로리다주에 상륙한 여파다.

허리케인의 등급은 위력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클수록 세기가 강해진다는 뜻이다. 이언의 등급은 4등급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플로리다주 서부해안 포트 마이어스 인근의 섬 카요 코스타에 이언이 상륙했다.

플로리다주에 오렌지 생산지가 집중돼 있어 허리케인 피해가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플로리다주는 미국 오렌지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상업위성 업체 막사테크놀로지스의 도널드 키니 선임 기상학자는 블룸버그에 "플로리다주 오렌지벨트 북부 절반이 강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플로리다주 전 지역에 폭우가 내려 습기와 홍수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확이 임박했기 때문에 플로리다주의 거의 모든 오렌지 생산지에 큰 위험이 있다"고 했다. 플로리다 전체 오렌지 생산면적의 최소 75%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허리케인 피해까지 겹치면서 플로리다의 오렌지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플로리다주에선 오렌지가 제대로 익지 못하고 떨어지는 감귤녹화병이 퍼지면서 오렌지 작황이 부진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주가 플로리다주를 제치고 1위 오렌지 산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인들의 아침 밥상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렌지주스는 커피와 함께 미국인들이 아침에 즐겨 마시는 음료 중 하나다. 블룸버그는 "식품 가격이 오르고 커피 공급도 부족한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의 아침식사 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국인들이 값비싼 오렌지주스 소비를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