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 터보(Taycan Turbo). 사진=포르쉐 제공
포르쉐 타이칸 터보(Taycan Turbo). 사진=포르쉐 제공
독일 폭스바겐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상장을 하루 앞두고 공모가를 기존 희망 범위의 최상단인 주당 약 11만4000원(82.50유로)로 설정했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르쉐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입성해 거래를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현금 유동성 축소와 증시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 향후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쇼스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빌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다면 이 사업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포르쉐는 따로 상장이 필요 없는 성숙하고 잘 알려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포르쉐의 IPO 규모는 독일 증시 사상 최대이자 2011년 영국 런던 증시에서 스위스 광산업체 글렌코어가 상장으로 100억달러를 조달한 이후 유럽 최대 규모다. WSJ는 포르쉐가 공모가대로 상장을 하면 모회사인 폭스바겐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세계 5위 완성차 제조업체 대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봤다.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정해지면서 포르쉐 시총은 약 103조원(750억유로)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현재 완성차 업체 시총순위는 미국 테슬라, 일본 도요타, 중국 BYD, 독일 폭스바겐 순이다. 포르쉐는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그룹 등을 단숨에 제치게 된다.

포르쉐 IR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번 상장을 통해 약 27조원(195억유로)를 조달해 절반은 기존 주주들에게 배당한 뒤 나머지 절반을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포르쉐 지분 75%를 보유한 대주주다.

포르쉐의 모회사 폭스바겐은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의 4분의 1 수준을 차지하게끔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024년 폭스바겐이 전기차 판매량 면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향후 5년 간 전기차 사업에 5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럭셔리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포르쉐가 증시 상장을 계기로 보다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포르쉐의 첫 전기차인 타이칸은 출시 2년 만에 포르쉐 전체 판매량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주문한 지 2년 후에나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타이칸은 2억원대 초중반에 위치해 벤츠, BMW, 아우디 등의 최고급 전기차와 유사한 정도의 가격을 책정했다.

포르쉐는 럭셔리카 브랜드 중 이례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를 확대하며 소비자 층을 넓히고 있다. 포르쉐 SUV '마칸'과 '카이엔' 판매량은 이미 포르쉐 연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포르쉐는 현재 브랜드 대중화의 선봉이 됐던 SUV 카이엔의 전기차 모델을 개발 중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