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충남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도중 교탁에 드러누워 있다.
이달 초 충남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도중 교탁에 드러누워 있다.
최근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교육부가 대응책을 내놓았다. 가해학생을 교권을 침해 당한 교사로부터 분리하고,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법으로 명확히 보장하는 방안이다. 다만 가해학생의 교권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교사의 생활지도권, 법적으로 명시


교육부는 29일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강화 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최근 충남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교탁에 드러눕거나,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인 교실에 학부모가 침입해 교사를 폭행하는 등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여파다.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권한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관련 조항에서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해석해내야 하는 수준으로, 그 권한이 확실히 규정돼있지 않다.교사들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할 것을 우려해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할 수 없다고 호소해왔다. 생활지도권이 법제화되면 교사들이 고발 우려를 덜 수 있을 전망이다.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피해 교사가 특별휴가를 써 우회적으로 가해 학생을 회피해야 했으나, 이젠 가해학생을 출석정지시켜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는 마련할 계획이다. 또 교원에 대한 피해비용 보상과 법률지원도 확대한다.

다만 학생의 교권침해 내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문제는 교육부가 신중을 기하는 상황이다. 그간 교원단체에선 학생이 문제활동을 해도 지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도 수단 중 하나로 학생부 기재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된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발의안에 학생부 기재 조항을 포함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에게 낙인을 찍을 수 있고, 학부모와의 갈등이 격화될 수 있어 학생부 기재는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며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원지위법도 힘 못 썼는데...현장 실효성 있을까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실제로 법률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2019년년 교원지위법이 개정돼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은 교육청의 지원 하에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이 법을 위반해 학생·학부모가 고발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할 정도로 학교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졌다. 학교 측은 학부모와의 갈등을 우려해 교사의 고발을 만류하고, 교사는 복잡한 법적 절차로 업무 공백이 생기는 걸 피하기 위해 덮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 앞길을 막는다’는 세간의 인식도 작용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의 대처를 환영하면서도 추가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총은 “정부와 국회는 발의된 관련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교원의 생활지도권 보장이 법에 명시되면 이를 토대로 교사가 단계적,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지 후속 법령 마련과 지침, 매뉴얼 상세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