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호주 광산업체인 ‘글로벌 리튬’과 리튬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광물·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했다는 설명이다.

SK온은 향후 글로벌 리튬사의 광산에서 생산되는 리튬정광(불순물을 제거한 리튬광석)을 장기간 공급받기로 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추진 중인 생산 프로젝트에 지분을 매입할 기회도 갖게 된다. SK온은 향후 글로벌 리튬사와 함께 광물 채굴, 중간재 생산 등 추가 사업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

2018년 설립된 글로벌 리튬사는 호주 내 두 개 광산에서 대규모 리튬정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광산들의 리튬 매장량은 총 50만t으로 추정된다. 약 1200만 대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의 필수 원재료다. 리튬이온이 배터리 내에서 양·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최근 리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t당 2만달러 수준에서 1년 만인 올해 9월 6만7000달러를 넘어섰다. 채굴과 정제가 쉽지 않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협력은 미국 IRA 대응과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호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다. 글로벌 리튬사 광물이 IRA가 규정하고 있는 배터리 원료 요건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호주는 리튬뿐만 아니라 니켈, 코발트 등 다른 핵심 광물도 대량 생산하고 있다.

SK온은 배터리 수요 급증과 최근 정치적인 불안정성에 대처하기 위해 핵심 원료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글로벌 리튬과의 협력 외에도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국가에서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