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면화 선물 12월물은 전 장보다 0.03센트 떨어진 파운드당 85센트로 마감했다. 지난달 말부터 가격 하락률은 25%다. 지난 5월 10여년 만에 찍은 최고가 대비해서는 40% 이상 하락했다. 지난 5월 한때 면화 선물 시세는 파운드당 1.5달러를 넘겼다. 당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면화 선물도 ‘랠리’에 동참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면화는 공급 부족 우려를 받고 있었다. 세계적 면화 산지인 미국 남서부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서, 면화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염 때문에 미국 농민들은 파종까지 끝낸 상태에서 면화 재배를 포기했는데, 이들이 재배를 포기한 면적은 지난 8월 기준 미 남서부지역 전체 파종면적인 1250만에이커(약 5만586㎢) 중 40% 이상까지 늘었다. 당시 미국 농무부는 올해 면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8% 줄어들고 2009년 이후 최소치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10여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던 면화 선물 가격은 그 이후 ‘반토막’났다가 여름에는 또다시 급등세를 탔다.
미국 면화 가격은 다른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타 5월 초 파운드당 1.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직전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러 강세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달러 강세는 원자재의 실질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가 있어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면화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도 최근 강(强)달러 여파에 노출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수요 침체도 작용하고 있다. 의류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소비가 침체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아일랜드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프라이마크는 에너지 비용 증가와 달러 강세로 향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세계 최대 면화 소비국인 중국에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점도 최근 면화 선물 가격 하락에 기여했다. 코트룩에 따르면 최근 연간(지난해 8월~올 7월) 가공 전 면화 수입량은 전년보다 60% 줄어든 170만톤(t)이었다. 여기에 최근 면화 재고량은 300만t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후에 따른 공급 부족이 이어지긴 하겠지만 면화 수요 감소폭이 더 가파르기 때문에 당분간 면화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헤지포인트 글로벌마켓의 존 페인 트레이더는 “면화 공급 문제를 압도할 만한 수요 문제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