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새 칩 안 넣은 아이폰14" 애플↓…메스터 "침체와도 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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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은 뉴욕 증시 역사에 남아있는 날입니다. 14년 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번지던 당시 미 의회에선 은행 구제금융 법안 통과가 무산되었고 하루 만에 S&P500 지수가 8.8% 폭락했었습니다.
29일(미 동부시간) 아침도 증시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주요 지수는 0.5~1.4% 하락세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54%, S&P500 지수는 2.11% 내렸고 나스닥은 2.84%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종가(3640.47), 장중(3610.40) 연저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하락 이유는 네 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① 영국 "감세안 고수"…되살아난 불안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가 혼란의 근원으로 지목되어온 감세안 등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면서 다시 금리가 오르고 파운드화가 내리는 등 시장 불안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 금융시장은 자신이 아니라 세계적인 충격 탓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발표한 정책은 절대적으로 올바르다. 앞으로도 경제가 성장하게 하려고 기꺼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올라 가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영국을 테스트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우려된다.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베팅하면서 계속해서 시장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영국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10%를 넘는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더 높은 투명성과 잘 조율된 계획이 필요한 때에 자금 조달 계획이 없는 예산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권이 의회 불신임투표를 거쳐 결국 교체될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10년물 영국 국채 금리는 13bp 올라 4.143%에 거래됐습니다.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는데 10.0%로 전월(7.9%)이나 시장 예상(9.5%)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도 유로존 금리에 상승 압박을 가했습니다. BNP파리바는 "유럽중앙은행의 최종금리 예상치를 100bp 높여 3.0%로 올린다. 올해 두 번 75bp를 인상하고 내년 2월 50bp, 3월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천연가스 배급을 맡은 연방네트워크는 지난주 추운 날씨로 가스 소비가 2018~2021년 같은 기간보다 14.5% 많았다며 이번 겨울 가스 부족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소비를 20%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아침 한때 10bp 이상 치솟아 3.863%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7분 전날보다 2.3bp 오른 3.759%에 거래됐습니다. 이런 금리 상승세가 다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2007년 8월 사람들이 불안해했던 것처럼 지금은 상당히 불안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제와 정책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위험 증가 등을 지적했습니다. 크레디스위스(CS)는 세계 경기가 큰 폭을 둔화할 수 있다며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TS 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매크로 전략가는 "영국은 이번 주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 난리를 일으킬 유일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이제 막 시작되는 게 두렵다"라고 우려했습니다.
② BofA "애플, 투자의견 '중립' 하향 블룸버그가 어제 수요 부진으로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한 뒤 애플은 빅테크 중 홀로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오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가도 주당 185달러에서 160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또다시 4.91% 폭락했습니다. BofA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2023년 주당이익(EPS) 추정치를 기존 6.24달러에서 5.87달러로 낮추면서 "애플 주가는 올해 지수보다 선전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다”라면서도 “우리는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인해 EPS 추정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내년엔 이런 초과 이익을 거두는 게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한 애널리스트는 수요 감소의 첫 번째 이유로 글로벌 거시 경제 악화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지출 감소가 이미 애플의 서비스 사업(앱스토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하드웨어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이폰14 제품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모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AP 칩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며 "아직 판매 초기지만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인기 있는 프로 모델도 초기보다 수요가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애플이 2023 회계연도에 2억 1900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 2억 4500만 대보다 훨씬 적습니다. 과거 경기 침체 때는 10%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고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게다가 달러 강세가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애플은 매출의 6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장주 애플의 주가는 아침부터 폭락하며 전체 시장을 끌어내렸습니다. 한때 6%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애플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16% 내리며 S&P500 지수(-22%)보다 크게 선전해왔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등은 모두 52주 신저가로 떨어졌지만, 애플 테슬라 아마존은 버텨왔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은 주가가 지난 6월 16일 저점보다 낮아졌지만, 애플 주가는 오늘 폭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저점(129.04달러)보다 10% 이상 높습니다. 이런 애플 주가가 흔들린다면 전체 시장이 추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타가스의 크리스 베론 헤드는 최근" 대규모 투자자 항복은 종종 상승장 주기의 가장 좋은 주식이 마지막으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그런 주식이 이번 사이클 전체에서 애플이다. 애플 주가 하락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애플의 주요 지지선은 100달러다. 장기 200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곳이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10년간 상승장에서 이 선에서 여러 번 지지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이 흔들리면서 오늘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 주와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주요 반도체주도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S&P500 기업 중 거의 5분의 1이 그랬습니다.
오늘 애플과 함께 시장을 짓누른 주식으로 카맥스가 꼽힙니다. 중고차 거래업체인 카맥스는 2분기 EPS가 79센트로 시장 예상(1.4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매출도 예상을 하회했고요. 카맥스 측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능력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금리 인상과 낮은 소비자 자신감이 주름을 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카맥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수요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높은 중고차 가격과 가격 인상이 소비자 파업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카맥스 주가는 24.5% 폭락했습니다. 카맥스뿐 아닙니다. 포드 5%, GM 약 6% 하락했습니다. 테슬라도 6.81% 폭락했습니다. 자동차 소비 감소에 따라 이들의 실적도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장 마감 뒤 분기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론과 나이키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9월 1일) 주당순이익(EPS)은 1.45달러로 시장 예상(1.30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매출은 664억 달러로 예상(668억 달러)보다 소폭 적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분기 가이던스였습니다. 마이크론 측은 "지난 분기 이후 메모리 산업의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라면서 다음 분기 매출을 42억 달러, EPS를 9센트로 제시했습니다. 월가 예상 52억6000만 달러, 64센트와 매우 큰 격차가 납니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막대한 비용 절감을 하고 있으며 작년에 비해 웨이퍼 기준 설비 투자를 50% 가까이 감축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이키는 최근 분기(~8월 31일)의 EPS는 93센트로 예상(92센트)을 살짝 웃돌았고 매출도 126억 9000만 달러로 예상(122억 7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고 중국 매출은 16% 감소했지만, 예상보다는 나았습니다. 하지만 공급망 혼란 속에 재고가 작년 동기보다 44%나 증가한 97억 달러에 달했고, 가격 할인을 통해 재고 감축에 나서면서 마진이 2.2%나 감소했습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선 22%나 줄었습니다. ③ Fed 긴축을 자극하는 경제지표
오전 8시 30분 발표된 지난주(9월 24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지난주(20만9000건)나 시장 예상(21만5000건)보다 훨씬 적게 나왔습니다. 5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20만 건 이하가 나온 것은 5월 초 이후 처음이죠. 좋은 뉴스지만, 시장에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Fed가 노동시장을 식히기 위해 긴축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19만 30000건은 4월 23일 이후 최저치다. 이렇게 해고가 늘지 않으면 임금 상승 압력이 둔화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발표도 부정적이었습니다. -0.6% 하락은 기존 발표나 시장 예상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2분기 개인소비가 1.3% 증가에서 2% 증가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2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4.7% 오른 것으로 집계되어 기존의 4.4%보다 높아졌습니다. 소비는 강하고 물가가 높다면 Fed는 긴축을 더 해야 합니다.
④ 메스터 "침체와도 금리 인상"
Fed 스피커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우리는 여전히 기준금리가 제약적인 영역에 있지도 않다. 올해 300bp를 높였지만,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높은지 보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침체가 와도 Fed가 금리를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영국 상황과 관련, "그들에게는 도전적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미국 금융시장에서 기능 장애의 징후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영국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이것이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실질 성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Fed가 긴축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내려가더라도 Fed가 이를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마도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HIGHER FOR LONGER)를 유지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추가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이제 이해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둘은 모두 올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입니다. Fed가 무자비하게 나오다 보니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씨티 자산운용의 숀 스나이더 전략가는 “시장은 이제 어느 시점에서의 경기 침체가 거의 주어진 사실이란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제 이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BofA는 "Fed가 경제적 고통을 언급할 때 그것은 실제 '침체'를 의미한다. 고통이라고 부르는 건 메시지를 설탕으로 코팅하려는 노력의 일부다. 투자자에게 드리는 조언은 설탕 코팅 없이 들으라는 것이다. Fed가 고통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침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들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 투자 책임자는 "어제 시장이 변동성이나 위험 회피 심리의 종식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보다 지속적인 랠리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와서 중앙은행들이 덜 매파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보기에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8월 PCE 물가가 발표됩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0%(7월 6.3%), 전월 대비 0.1%(-0.1%)로 예상됩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수치는 각각 4.8%(4.6%), 0.5%(0.1%)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역시 헤드라인 수치는 개선될 수 있지만, Fed가 주시하는 근원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란 게 월가 컨센서스입니다. 이는 이미 8월 CPI 물가에서도 확인됐지요. 더 중요한 인플레이션 지표는 오는 10월 13일에 나올 9월 CPI일 것입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이 추적하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을 보면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8.2%(8월 8.3%), 전월 대비 0.3%(0.1%) 근원 수치는 각각 6.6%(6.3%) 0.5%(0.6%)에 달합니다. 만약 이대로 나온다면 시장 충격을 줬던 지난 8월 수치보다 별로 나아질 게 없습니다. 끈끈한 주거비, 그리고 임금 상승세가 별달리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존은 오늘 10월부터 미국의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급여 인상(시간당 18달러→19달러 이상)을 발표했습니다. 이 인상에만 연간 거의 10억 달러가 소요됩니다.
또 석 달 가까이 떨어지기만 하던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최근 일주일새 갤런당 5센트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다음 달 5일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상승세를 시작할 것이란 시각은 월가에는 찾기 힘듭니다. 단기적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정도의 논쟁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종합감정 지수의 5가지 구성요소 중 4가지(변동성, 풋/콜옵션 비율, 투자자 설문, 펀드 자금 유출입 데이터)가 부정적 극한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2년 동안 이 지수가 이렇게 매수 신호를 보냈을 경우 주식을 사면 향후 4주 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낼 확률이 70%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반등이 지속하리라는 걸 알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약세장 랠리가 이어지려면 ① 성장 기대가 단기로는 여전히 매우 부정적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개선되어야 하고 ② 기준금리가 이번 주기의 정점(최종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성장 둔화의 징후가 퍼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수 중 하나가 충족되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29일(미 동부시간) 아침도 증시 분위기는 어두웠습니다. 주요 지수는 0.5~1.4% 하락세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54%, S&P500 지수는 2.11% 내렸고 나스닥은 2.84%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종가(3640.47), 장중(3610.40) 연저점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하락 이유는 네 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① 영국 "감세안 고수"…되살아난 불안
영국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가 혼란의 근원으로 지목되어온 감세안 등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면서 다시 금리가 오르고 파운드화가 내리는 등 시장 불안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 금융시장은 자신이 아니라 세계적인 충격 탓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발표한 정책은 절대적으로 올바르다. 앞으로도 경제가 성장하게 하려고 기꺼이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올라 가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영국을 테스트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우려된다.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베팅하면서 계속해서 시장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영국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10%를 넘는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더 높은 투명성과 잘 조율된 계획이 필요한 때에 자금 조달 계획이 없는 예산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권이 의회 불신임투표를 거쳐 결국 교체될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10년물 영국 국채 금리는 13bp 올라 4.143%에 거래됐습니다.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는데 10.0%로 전월(7.9%)이나 시장 예상(9.5%)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도 유로존 금리에 상승 압박을 가했습니다. BNP파리바는 "유럽중앙은행의 최종금리 예상치를 100bp 높여 3.0%로 올린다. 올해 두 번 75bp를 인상하고 내년 2월 50bp, 3월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천연가스 배급을 맡은 연방네트워크는 지난주 추운 날씨로 가스 소비가 2018~2021년 같은 기간보다 14.5% 많았다며 이번 겨울 가스 부족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소비를 20%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아침 한때 10bp 이상 치솟아 3.863%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7분 전날보다 2.3bp 오른 3.759%에 거래됐습니다. 이런 금리 상승세가 다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2007년 8월 사람들이 불안해했던 것처럼 지금은 상당히 불안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경제와 정책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위험 증가 등을 지적했습니다. 크레디스위스(CS)는 세계 경기가 큰 폭을 둔화할 수 있다며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TS 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매크로 전략가는 "영국은 이번 주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 난리를 일으킬 유일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이제 막 시작되는 게 두렵다"라고 우려했습니다.
② BofA "애플, 투자의견 '중립' 하향 블룸버그가 어제 수요 부진으로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한 뒤 애플은 빅테크 중 홀로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오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가도 주당 185달러에서 160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또다시 4.91% 폭락했습니다. BofA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2023년 주당이익(EPS) 추정치를 기존 6.24달러에서 5.87달러로 낮추면서 "애플 주가는 올해 지수보다 선전했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다”라면서도 “우리는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인해 EPS 추정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내년엔 이런 초과 이익을 거두는 게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한 애널리스트는 수요 감소의 첫 번째 이유로 글로벌 거시 경제 악화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지출 감소가 이미 애플의 서비스 사업(앱스토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하드웨어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이폰14 제품의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모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AP 칩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며 "아직 판매 초기지만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인기 있는 프로 모델도 초기보다 수요가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애플이 2023 회계연도에 2억 1900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 2억 4500만 대보다 훨씬 적습니다. 과거 경기 침체 때는 10%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고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게다가 달러 강세가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애플은 매출의 6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장주 애플의 주가는 아침부터 폭락하며 전체 시장을 끌어내렸습니다. 한때 6%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애플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16% 내리며 S&P500 지수(-22%)보다 크게 선전해왔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등은 모두 52주 신저가로 떨어졌지만, 애플 테슬라 아마존은 버텨왔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은 주가가 지난 6월 16일 저점보다 낮아졌지만, 애플 주가는 오늘 폭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저점(129.04달러)보다 10% 이상 높습니다. 이런 애플 주가가 흔들린다면 전체 시장이 추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타가스의 크리스 베론 헤드는 최근" 대규모 투자자 항복은 종종 상승장 주기의 가장 좋은 주식이 마지막으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그런 주식이 이번 사이클 전체에서 애플이다. 애플 주가 하락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애플의 주요 지지선은 100달러다. 장기 200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곳이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10년간 상승장에서 이 선에서 여러 번 지지를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이 흔들리면서 오늘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빅테크 주와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주요 반도체주도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S&P500 기업 중 거의 5분의 1이 그랬습니다.
오늘 애플과 함께 시장을 짓누른 주식으로 카맥스가 꼽힙니다. 중고차 거래업체인 카맥스는 2분기 EPS가 79센트로 시장 예상(1.4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매출도 예상을 하회했고요. 카맥스 측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능력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금리 인상과 낮은 소비자 자신감이 주름을 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카맥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수요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높은 중고차 가격과 가격 인상이 소비자 파업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카맥스 주가는 24.5% 폭락했습니다. 카맥스뿐 아닙니다. 포드 5%, GM 약 6% 하락했습니다. 테슬라도 6.81% 폭락했습니다. 자동차 소비 감소에 따라 이들의 실적도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장 마감 뒤 분기 실적을 공개한 마이크론과 나이키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9월 1일) 주당순이익(EPS)은 1.45달러로 시장 예상(1.30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매출은 664억 달러로 예상(668억 달러)보다 소폭 적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분기 가이던스였습니다. 마이크론 측은 "지난 분기 이후 메모리 산업의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라면서 다음 분기 매출을 42억 달러, EPS를 9센트로 제시했습니다. 월가 예상 52억6000만 달러, 64센트와 매우 큰 격차가 납니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막대한 비용 절감을 하고 있으며 작년에 비해 웨이퍼 기준 설비 투자를 50% 가까이 감축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이키는 최근 분기(~8월 31일)의 EPS는 93센트로 예상(92센트)을 살짝 웃돌았고 매출도 126억 9000만 달러로 예상(122억 7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고 중국 매출은 16% 감소했지만, 예상보다는 나았습니다. 하지만 공급망 혼란 속에 재고가 작년 동기보다 44%나 증가한 97억 달러에 달했고, 가격 할인을 통해 재고 감축에 나서면서 마진이 2.2%나 감소했습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선 22%나 줄었습니다. ③ Fed 긴축을 자극하는 경제지표
오전 8시 30분 발표된 지난주(9월 24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지난주(20만9000건)나 시장 예상(21만5000건)보다 훨씬 적게 나왔습니다. 5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20만 건 이하가 나온 것은 5월 초 이후 처음이죠. 좋은 뉴스지만, 시장에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Fed가 노동시장을 식히기 위해 긴축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19만 30000건은 4월 23일 이후 최저치다. 이렇게 해고가 늘지 않으면 임금 상승 압력이 둔화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발표도 부정적이었습니다. -0.6% 하락은 기존 발표나 시장 예상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2분기 개인소비가 1.3% 증가에서 2% 증가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2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4.7% 오른 것으로 집계되어 기존의 4.4%보다 높아졌습니다. 소비는 강하고 물가가 높다면 Fed는 긴축을 더 해야 합니다.
④ 메스터 "침체와도 금리 인상"
Fed 스피커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우리는 여전히 기준금리가 제약적인 영역에 있지도 않다. 올해 300bp를 높였지만,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높은지 보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침체가 와도 Fed가 금리를 올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영국 상황과 관련, "그들에게는 도전적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미국 금융시장에서 기능 장애의 징후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도 영국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이것이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실질 성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Fed가 긴축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내려가더라도 Fed가 이를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아마도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HIGHER FOR LONGER)를 유지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추가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이제 이해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둘은 모두 올해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입니다. Fed가 무자비하게 나오다 보니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씨티 자산운용의 숀 스나이더 전략가는 “시장은 이제 어느 시점에서의 경기 침체가 거의 주어진 사실이란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제 이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BofA는 "Fed가 경제적 고통을 언급할 때 그것은 실제 '침체'를 의미한다. 고통이라고 부르는 건 메시지를 설탕으로 코팅하려는 노력의 일부다. 투자자에게 드리는 조언은 설탕 코팅 없이 들으라는 것이다. Fed가 고통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침체'라는 단어로 대체해서 들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 투자 책임자는 "어제 시장이 변동성이나 위험 회피 심리의 종식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보다 지속적인 랠리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와서 중앙은행들이 덜 매파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보기에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8월 PCE 물가가 발표됩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0%(7월 6.3%), 전월 대비 0.1%(-0.1%)로 예상됩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뺀 근원 수치는 각각 4.8%(4.6%), 0.5%(0.1%)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역시 헤드라인 수치는 개선될 수 있지만, Fed가 주시하는 근원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란 게 월가 컨센서스입니다. 이는 이미 8월 CPI 물가에서도 확인됐지요. 더 중요한 인플레이션 지표는 오는 10월 13일에 나올 9월 CPI일 것입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이 추적하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을 보면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8.2%(8월 8.3%), 전월 대비 0.3%(0.1%) 근원 수치는 각각 6.6%(6.3%) 0.5%(0.6%)에 달합니다. 만약 이대로 나온다면 시장 충격을 줬던 지난 8월 수치보다 별로 나아질 게 없습니다. 끈끈한 주거비, 그리고 임금 상승세가 별달리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존은 오늘 10월부터 미국의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급여 인상(시간당 18달러→19달러 이상)을 발표했습니다. 이 인상에만 연간 거의 10억 달러가 소요됩니다.
또 석 달 가까이 떨어지기만 하던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최근 일주일새 갤런당 5센트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다음 달 5일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상승세를 시작할 것이란 시각은 월가에는 찾기 힘듭니다. 단기적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정도의 논쟁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종합감정 지수의 5가지 구성요소 중 4가지(변동성, 풋/콜옵션 비율, 투자자 설문, 펀드 자금 유출입 데이터)가 부정적 극한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2년 동안 이 지수가 이렇게 매수 신호를 보냈을 경우 주식을 사면 향후 4주 동안 플러스 수익률을 낼 확률이 70%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반등이 지속하리라는 걸 알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약세장 랠리가 이어지려면 ① 성장 기대가 단기로는 여전히 매우 부정적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개선되어야 하고 ② 기준금리가 이번 주기의 정점(최종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성장 둔화의 징후가 퍼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수 중 하나가 충족되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