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에 블랙핑크까지…K팝+클래식, 성공의 공식?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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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K팝 신에 불어 닥친 '샘플링 바람'
클래식 고유의 특성 앞세운 샘플링 잇따라
친숙함에 신선함까지 '두 마리 토끼' 전략
"그룹 개성 해치는 과도한 차용은 경계해야"
![그룹 레드벨벳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01.29420347.1.jpg)
레드벨벳이 지난 3월 발표한 곡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은 업계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클래식 샘플링의 성공적 사례로 손꼽힌다.
'필 마이 리듬'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부드럽게 감기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단번에 "아는 노래"라고 외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바흐 'G선상의 아리아'를 차용했다.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선만을 이용해 연주하는 'G선상의 아리아'는 묵직하면서도 편안하게 감기는 선율이 인상적인데, 이는 K팝과 만나 한층 다채롭게 변모했다. 섬세한 스트링 사운드, 강렬한 트랩 비트가 조화롭게 버무려져 환상적이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레드벨벳은 봄의 계절감, 화려한 의상 등으로 콘셉트까지 완벽하게 통일시켰다.
레드벨벳의 성공 이후 이번에는 블랙핑크가 클래식과 만났다.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의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은 이탈리아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역작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를 샘플링했다.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01.31386874.1.jpg)
과거부터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한 경우는 많았다. 일단 저작권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만 유지되는바, 클래식은 사실상 저작권이 말소돼 '없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친숙한 멜로디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곡임에도 대중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기존 클래식 음악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가져오기도 좋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샘플링한 동방신기 '트라이앵글',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녹인 H.O.T. '빛',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를 차용한 신화 'T.O.P',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와 만난 아이비 '유혹의 소나타', 엘가 '사랑의 인사'를 샘플링한 동명의 씨야 노래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 가요 기획사 제작팀의 한 관계자는 "클래식 샘플링은 오래전부터 시도했던 방식인데 매번 인기가 있었던 편"이라면서 "흔히 알고 있는 멜로디를 결합하면 신곡임에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새로운 해석도 가능해 듣는 재미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과거보다 콘셉트적인 면에서도 잘 묻어나도록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일부 팬들은 음악을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99.26275941.1.jpg)
한 가요 관계자는 "창작의 의미만 되새겨 봐도 샘플링은 친숙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주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샘플링 곡에 압도돼 '새로운 노래'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는다면 과연 긍정적인 결합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칫 팀의 개성을 해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이브의 경우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일부를 차용했는데, 익히 알고 있는 메인 후렴구가 아닌 간주 부분을 샘플링해 자연스럽게 팀의 매력에 녹아들도록 했다는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확고한 방향성을 토대로 창의적인 시도가 곁들여졌을 때 비로소 훌륭한 샘플링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