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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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거리가 많이 나가지도, 특별히 뛰어나게 잘하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그렇게 떨어지는 것도 없었기에 롱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7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누빈 '베테랑' 홍란(36)이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20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GC(파72)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치고서다.

이번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홍란은 이날 버디 1개와 보기 2개를 쳐 1오버파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1오버파, 오후 5시 기준 공동 66위로 커트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이날이 마지막 공식 라운드가 됐다.

이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홍란은 벙커에서 친 세번째 샷을 핀 1m 옆에 바짝 붙이면서 단단한 내공을 선보였다. 아깝게 파퍼트를 놓치며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홍란은 활짝 웃었다. 베테랑의 마지막 퍼트에 그를 보기 위해 모인 40여명의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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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홍란은 강춘자 KLPGT 대표, 오랜 시간 함께해온 후원사 삼천리의 유재관 대표로부터 꽃과 축하를 받았다. 자신을 응원온 팬, 지인들과도 기념촬영을 하며 공식 은퇴식을 밝게 마무리했다.

홍란은 2005년 KLPGA 정규투어에 진출한 뒤 지나해까지 한번도 시드를 잃지 않았다. 358개 대회에 출전해 최다 경기 출전기록을 갖고 있다. 또 1047라운드를 뛰며 한국 여자골프에서는 처음으로 1000라운드 출전 기록을 세웠다.

투어에서는 통산 4승을 거뒀다. 원조 패셔니스타 골퍼이기도 하다. 한국 여자골프 역사에서 최다, 최초의 기록을 싹쓸이한 셈이다. 그는 "내 꿈이자 삶이었던 대회를 17년간 뛰고 마지막을 맞은 이 순간, 웃으면서 행복하게 끝낼 수 있 행복하다"고 밝혔다.

올 시즌부터 활동을 중단한 그는 현재 삼천리 골프단 주니어 아카데미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는 당분간 '백수의 삶'을 즐길 예정이다. 홍란은 "앞으로 할 일을 차근차근 찾아보겠다. 골프인으로서 계속 골프에 관련된 일을 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