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저지는 이 어머니가 30년 전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다. 1992년 4월 26일 캘리포니아에서 흑백 혼혈로 태어난 그는 바로 다음날 독실한 크리스천인 백인 교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부부는 그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어릴 때부터 몸으로 보여줬다. 재능과 인성을 동시에 키우는 법도 가르쳤다.
이 덕분에 그는 반듯하게 자랐다. 그가 초등학교 때 “왜 난 엄마랑 아빠랑 다르게 생겼어요?”라고 묻자 부모는 입양 사실을 알려줬다. 그는 알고 있었다는 듯 “괜찮아요. 엄마 아빠는 내가 아는 유일한 부모니까요. 이제 나가서 놀아도 돼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속 깊은 그는 고교 때 학업과 풋볼·농구·야구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대학 때부터 야구에 전념했고 3학년 때 뉴욕 양키스에 들어갔다. 신체 조건(키 201㎝에 체중 127㎏)도 특별했다. 큰 키와 긴 팔 때문에 삼진 위험이 높다는 우려를 딛고 그는 훨훨 날았다.
팬들은 열광했다. 2017시즌부터 스타디움에 그의 이름 저지(Judge·판사)를 딴 응원석 ‘저지스 체임버(Judge’s Chambers·저지의 법정)’를 마련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전광판에 “ALL RISE(일동 기립)” 문구를 새겼다.
이런 인기에도 그는 늘 “가족이 야구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바른생활 맨’의 전형을 보여줬다. 61호 홈런도 도핑 검사를 강화한 2005년 이후 ‘청정 타자’로 세운 기록이어서 더 의미 있다.
그의 형은 한국계 입양아다. 그는 “형이 똑똑해서 스페인어까지 5개 국어를 할 줄 알고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이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갈 텐데 형이 맛있는 음식점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입양 홈런왕’의 남다른 가족사를 생각하다 보니, 그동안 우리나라가 내보낸 입양아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지난 60년간 해외로 떠난 갓난아이들이 약 20만 명이라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