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깁슨이 1970년대 발표한 ‘몽유병자’ 연작의 하나다. 복도, 문, 손 등 현실의 피사체를 담은 것이지만, 방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과 그 때문에 생긴 그림자가 뒤얽혀 기묘한 긴장감이 가득 찼다. 지극히 작가 개인의 무의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사진이지만, 관람자들은 기묘한 공감을 느낀다. 몽유병자가 돌아다니는 공간은 현실이자 동시에 꿈의 일부다. 그런데 인생도 그렇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현실이었지만 꿈처럼 손에 닿을 수 없다. 그래서 삶을 꿈에 비유하기도 한다.
깁슨의 작품들은 1일 문을 여는 부산 해운대구 랄프깁슨미술관에서 내년 3월까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올해 말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