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국장 "굉장한 압박과 부담" 증언…대전지검, 공소장 변경
백운규 배임교사혐의 근거는…"장관 질책후 원전 즉시 가동중단"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배임 교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재판에서 산업부 국장의 증언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부적으로 원전을 2∼3년 더 운영한 뒤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산업부는 백 전 장관의 지시에 원전을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는 "부하직원인 B 과장이 월성1호기를 2∼3년 더 가동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가 백 전 장관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데 알고 있느냐"는 검찰의 신문에 "들어서 알고 있다"고 답했다.

A씨는 "당시 미국 출장 중이었는데, B 과장으로부터 '장관께서 즉시 가동 중단하는 쪽으로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재차 "백 전 장관이 '너 죽을래? 어떻게 이런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고하느냐'고 질책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A씨는 "그렇게 막말까지는 아니고 굉장한 압박과 부담을 가졌다는 취지였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2017년 12월까지만 해도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를 2∼3년 더 운영하는 방안을 승인했음에도 방침을 바꾼 것은 2018년 4월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월성 1호기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이 계기가 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백운규 배임교사혐의 근거는…"장관 질책후 원전 즉시 가동중단"
댓글이 달린 다음 날에도 B 과장은 "원전을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경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들의 법적 책임 부분 때문에 어렵다.

고리1호기도 2년 더 가동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백 전 장관의 질책과 함께 반려됐다.

이어 즉시 가동 중단하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재작성해 청와대에 송부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고 A씨는 진술했다.

검찰은 "일선 부처의 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서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돼서 승인을 받았다면, 해당 부서가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느냐"고 묻자 A씨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즉시 폐쇄를 위한 특별법 통과가 쉽지 않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관련 행정소송 항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방안도 여의치 않자 정부의 업무 권고를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용하는 행정지도 방식으로 월성원전 조기 폐쇄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백 전 장관은 원전 즉시 가동중단이 한수원에 1천481억원의 손해를 입힐 것을 알면서도 부당한 지시를 내려 조기 폐쇄를 강행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증거와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산업부 관계자 등에 대한 수사,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을 통해 수사·재판상황 전반을 점검한 결과 백 전 장관을 배임 교사 등으로 처벌함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해 6월 백 전 장관에 대해 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과 공모해 한수원 측으로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배임 교사·업무방해 교사 혐의도 추가로 기소했으나, 같은 해 8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로부터 불기소 의견 권고 이후 1년여에 걸친 보강 조사를 통해 배임 교사·업무방해 교사 혐의를 추가해 재판부에 공소권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4일 A 국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