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간] ⑨ "손자 대신 군대 보내달라"…행동하는 세계 노인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군사적 위험·환경파괴에 맞서는 캐나다 할머니들
지구의 파수꾼 '그레이 그린'…"미래는 후손들의 것" [※ 편집자 주 =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층의 핵으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2018년 14.4%로 '고령 사회'에 들어선 데 이어 2025년 20.6%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00세 이상 역시 1990년 459명에서 2020년 5천581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명이 점점 길어져 '고령 국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인에게 돈과 건강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젊은 층과 세대 갈등, 외로움과 고독, 가족·사회와 분리되는 소외 등을 들여다보아야 할 시점이다.
연합뉴스는 노인이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위해 개인과 사회,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15편에 걸쳐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고 한다.
①∼④편은 한국 노인의 실상과 실태를, ⑤∼⑩편은 공동체에 이바지한 노인들을, ⑪∼⑮편은 선배시민 운동과 과제 등을 싣는다.
] 세계의 노인들은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돌보는 데 적극적이다.
캐나다의 시민단체 '분노한 할머니들(Raging Grannis)'은 환경과 평화를 지키는데 앞장서는 대표적 행동주의 시민단체다.
1986년 설립된 이 단체의 회원은 평범한 할머니들이다.
핵무기가 탑재된 미국 해군함이 1986년 겨울 캐나다 빅토리아 항구에 정박했는데, 그 지역에 사는 여성 노인들이 하나둘 모여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만들어졌다.
'핵이 우리 동네와 자연을 망친다'며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분노한 할머니들'은 그들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활동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 캐나다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입을법한 옷 대신 알록달록하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거나 유명한 노래의 가사를 바꿔 저항성을 담아 불러 이목을 끌었다.
'분노한 할머니들'은 그 활동 범위를 인접한 미국은 물론 영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지부를 두는 방식으로 넓히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5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몇 명의 '분노한 할머니들'이 기소된 적이 있었다.
애리조나와 뉴욕에 있는 미군 모병센터로 몰려가 입대를 자원한 혐의였다.
당시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이 집에 올 수 있도록 대신 (우리 노인들을) 이라크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이듬해 모두 '혐의없음'으로 풀려났으며, 미국 내 반전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됐다.
이들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막기 위해 농업기업 몬산토(Monsanto)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흑인 인권 운동을 공개 지지하는 행진을 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크고 작은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를 위한 노인들의 활동 분야 중 가장 으뜸은 환경이다.
행동하는 친환경 노인을 의미하는 '그레이 그린(Grey Green)'의 출현은 늘고 있다.
후손들이 물려받을 세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세계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노인들이 주축이 된 미국의 사회문화 개혁단체 '그레이 팬더스(Gray Panthers)'를 창립한 매기 쿤(Maggie Kuhn)은 "노인들은 공익을 위해 이바지하고 봉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은 일을 처리할 시간이 풍부하고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잃을 것이 젊은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회원들은 미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대표로서 활동하고 세대 간의 소중한 교류가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일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할머니들이 있다.
2019년 설립된 '미래를 위한 할머니(Omas for Future)'는 나무를 심고 SNS를 통해 기후 위기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독일 전역에 40개 지부가 설립됐고,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단체는 기후 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일상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의류 재활용 등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방법을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는 "스웨덴의 젊은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끄는 청소년 기후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정부를 상대로 정책 변화 등을 요구한다면, 할머니들은 개인의 실천·행동을 강조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집회에는 이 같은 '그레이 그린'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나는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조부모', '우리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여기 왔다'는 등의 팻말로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를 경고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600명 이상의 중장년층이 기후 위기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60+ 기후 행동'을 결성하는 등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그레이 그린'의 등장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이들 노인 시민단체와 달리 유럽 노인연합(European Federation of Older Person)과 유럽 노인 플랫폼(Age Platform Europe)은 시민권을 내세우며 다양한 노인 문제를 정책과 제도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힘쓴다.
두 단체는 개별 회원국과 유럽연합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노인 인권 보호 단체로, 미래 세대와 노인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책임진다는 목표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노인은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고 퇴행적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미래의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능동적이며 의욕으로 가득 찬 노인들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세계의 노인들이 인권과 반전운동, 성평등, 환경운동 등 여러 방식의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외국의 노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시민단체나 정당 등에 가입해 사회변화를 위해 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지구의 파수꾼 '그레이 그린'…"미래는 후손들의 것" [※ 편집자 주 =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층의 핵으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2018년 14.4%로 '고령 사회'에 들어선 데 이어 2025년 20.6%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00세 이상 역시 1990년 459명에서 2020년 5천581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명이 점점 길어져 '고령 국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인에게 돈과 건강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젊은 층과 세대 갈등, 외로움과 고독, 가족·사회와 분리되는 소외 등을 들여다보아야 할 시점이다.
연합뉴스는 노인이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위해 개인과 사회,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15편에 걸쳐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고 한다.
①∼④편은 한국 노인의 실상과 실태를, ⑤∼⑩편은 공동체에 이바지한 노인들을, ⑪∼⑮편은 선배시민 운동과 과제 등을 싣는다.
] 세계의 노인들은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돌보는 데 적극적이다.
캐나다의 시민단체 '분노한 할머니들(Raging Grannis)'은 환경과 평화를 지키는데 앞장서는 대표적 행동주의 시민단체다.
1986년 설립된 이 단체의 회원은 평범한 할머니들이다.
핵무기가 탑재된 미국 해군함이 1986년 겨울 캐나다 빅토리아 항구에 정박했는데, 그 지역에 사는 여성 노인들이 하나둘 모여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만들어졌다.
'핵이 우리 동네와 자연을 망친다'며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분노한 할머니들'은 그들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활동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 캐나다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입을법한 옷 대신 알록달록하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거나 유명한 노래의 가사를 바꿔 저항성을 담아 불러 이목을 끌었다.
'분노한 할머니들'은 그 활동 범위를 인접한 미국은 물론 영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지부를 두는 방식으로 넓히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5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몇 명의 '분노한 할머니들'이 기소된 적이 있었다.
애리조나와 뉴욕에 있는 미군 모병센터로 몰려가 입대를 자원한 혐의였다.
당시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이 집에 올 수 있도록 대신 (우리 노인들을) 이라크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이듬해 모두 '혐의없음'으로 풀려났으며, 미국 내 반전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됐다.
이들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막기 위해 농업기업 몬산토(Monsanto)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흑인 인권 운동을 공개 지지하는 행진을 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크고 작은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체를 위한 노인들의 활동 분야 중 가장 으뜸은 환경이다.
행동하는 친환경 노인을 의미하는 '그레이 그린(Grey Green)'의 출현은 늘고 있다.
후손들이 물려받을 세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세계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노인들이 주축이 된 미국의 사회문화 개혁단체 '그레이 팬더스(Gray Panthers)'를 창립한 매기 쿤(Maggie Kuhn)은 "노인들은 공익을 위해 이바지하고 봉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은 일을 처리할 시간이 풍부하고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잃을 것이 젊은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회원들은 미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대표로서 활동하고 세대 간의 소중한 교류가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일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할머니들이 있다.
2019년 설립된 '미래를 위한 할머니(Omas for Future)'는 나무를 심고 SNS를 통해 기후 위기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독일 전역에 40개 지부가 설립됐고,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단체는 기후 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일상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의류 재활용 등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는 방법을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는 "스웨덴의 젊은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끄는 청소년 기후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정부를 상대로 정책 변화 등을 요구한다면, 할머니들은 개인의 실천·행동을 강조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집회에는 이 같은 '그레이 그린'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나는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조부모', '우리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여기 왔다'는 등의 팻말로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를 경고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600명 이상의 중장년층이 기후 위기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60+ 기후 행동'을 결성하는 등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그레이 그린'의 등장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이들 노인 시민단체와 달리 유럽 노인연합(European Federation of Older Person)과 유럽 노인 플랫폼(Age Platform Europe)은 시민권을 내세우며 다양한 노인 문제를 정책과 제도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힘쓴다.
두 단체는 개별 회원국과 유럽연합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노인 인권 보호 단체로, 미래 세대와 노인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책임진다는 목표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노인은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고 퇴행적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미래의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능동적이며 의욕으로 가득 찬 노인들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세계의 노인들이 인권과 반전운동, 성평등, 환경운동 등 여러 방식의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외국의 노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시민단체나 정당 등에 가입해 사회변화를 위해 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