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좌석 크기의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인의 신체는 커졌는데 좌석 크기와 간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안전과 건강에 해가 된다는 지적이 이어져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FAA가 탑승객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항공기 좌석 크기 기준을 마련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FAA는 현재 좌석 크기 및 간격으로도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탑승객이 90초 안에 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어 왔다. FAA가 좌석 크기의 최소 기준을 정하지 않은 이유다.

승객들의 의견은 다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90㎏, 여성은 77㎏으로 1960년대보다 각각 13.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행기 좌석 폭은 47㎝에서 43.2㎝, 좌석 사이 앞뒤 거리는 89㎝에서 78.7㎝로 줄었다. 일부 항공사는 앞뒤 좌석 간격을 71㎝까지 줄이기도 했다. 최대한 많은 좌석을 배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좁은 비행기 좌석이 승객의 건강을 해치고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FAA는 지난 8월부터 관련 의견을 취합하기 시작했다. 10월 말 종료되는 이 조사에 참가한 대다수는 FAA가 좌석 크기의 최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카 엔드슬리 인간요소·인체공학협회 대정부관계 책임자는 “좁은 좌석은 승객의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대피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좌석 크기의 최소 기준이 도입되면 좌석 수가 줄어 항공료가 인상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