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대통령 영빈관 신축과 관련한 예산 편성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중순 기획재정부 담당자에게 사실관계 등을 문의했다. 예상되는 야당의 공세에 대응할 논리를 마련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담당자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나 대응 논리로 쓸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정쟁이 뻔히 예상되는 사안을 가장 잘 아는 정부 관계자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손발이 안 맞으니 정권 초기 야당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4%까지 하락하고, 각종 논란이 이어지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업무 및 주요 국정 과제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협조와 지원이 정권 초인데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대응책을 정부와 조율한 당 및 의원실 관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세, 에너지 등 지난 정부와 확연한 정책적 차이를 드러낸 분야의 논거를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원 보좌관은 “상임위별로 이뤄진 국감 대응 실무협의에서 과장급 공무원들의 열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며 “정부가 충분한 대응 논리를 생산해야 국감에서 야당 공세에 맞설 수 있을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당역 살인사건’과 관련한 경찰청의 소극적인 보고가 여당 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장 상황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서 행안부 직원이 현장에 나가 관련 정보를 취합해야 했다는 것이다. 여당 안팎에서는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지켜본 공무원들이 벌써부터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는 정부대로 불만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 5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는 논란이 되는 정책 사안에 대해 여당에서 먼저 문의가 왔다면, 지금은 정부에서 찾아가기 전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야당과의 협상도 정부 담당자가 미리 조율해 오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 5년간 야당이었던 데다 초선 의원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의원 및 보좌진의 정책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라며 “당과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정책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종종 보여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경목/김소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