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데리고 간다"…살해 후 자살 사건 '일주일에 한 번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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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돌보던 80대 남편 A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부인을 2018년부터 보살펴왔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내가 데리고 간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2년 3월, 50대 여성 B씨는 중증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극단적 선택의 뜻을 이루지 못한 B씨는 경찰에 딸을 죽인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B씨는 이혼 후 딸과 함께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를 만나거라’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22년 7월, 40대 부부가 만 6세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부가 남긴 유서에는 빚 문제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족 등 다른 사람을 죽이고 가해자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살해 후 자살)이 8년간 1주일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발생한 살해 후 자살 사건의 가해자 수는 총 416명으로, 연평균 52명에 달했다.
살해 후 자살은 한때 '동반 자살'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피해자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죽음을 맞기 때문에 이제는 동반 자살과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통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신체적 약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아동의 수와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에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은 각각 28명과 7명이었다.
2021년 기준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은 총 40명이며, 이 중 살해 후 자살(시도) 사건에 의한 사망 아동은 14명으로 전체의 35%였다. 사망 아동의 평균 연령은 5.8세이고, 0세 아동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살해 후 자살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국내 살해 후 자살의 현황과 특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와 가족을 살해한 살해 후 자살은 가족의 질병 및 사망 문제, 경제 문제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인 의원은 “살해 후 자살의 원인과 배경을 개인적 문제에서만 찾아선 안 된다”며 “복지부는 사례 분석을 통해 사회 위험 요소와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방안과 절차를 강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