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재해보험은 태풍이나 우박 등 자연재해로 인해 농가에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그러나 보험 사고에 따른 합리적인 손실 추정이 쉽지 않을뿐더러 사후 보험금 과다 청구나 역선택 등 도덕적 해이가 빈번해 국내에서는 사실상 공공기관 성격이 강한 NH농협손해보험만이 취급하고 있다.

반면 해외 선진국들은 다양한 지수형 보험 상품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지수형 보험이란 사전에 정한 각종 지표에 따라 보험금이 자동 산출, 지급되는 방식을 말한다. 미래 특정 시점에서 약정된 가격에 거래하도록 하는 선물 시장과 비슷한 원리다. 별도의 손해사정이 필요 없고 보험금 과다 청구 가능성도 크게 낮아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위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인공위성을 활용해 토양의 수분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근거로 가뭄 위험을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을 팔고 있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솜포도 강수와 기온 위험을 보장하는 지수형 보험을 판매 중이다.

물론 지수가 실제 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베이시스 리스크’가 존재하는 데다 보험금 지급 기준인 ‘트리거’를 설정하는 데도 상당한 통계 자료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품 설계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갈수록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라도 작물과 보장 재해, 가입 기간 등에서 다양한 지수형 보험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