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패닉장 속에 미국 반도체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 시장과 비교해 주가 하락세가 더 가팔랐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조절 전략과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의해 반등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PC 판매 확 줄어든다"…미국 반도체株 와르르
지난달 한 달 동안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 넘게 떨어졌다. 엔비디아(-12.9%), AMD(-23.0%), 인텔(-18.9%), 마이크론(-12.6%)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매파적 기조로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을 감안해도 낙폭이 크다.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9.6%, 10.3% 떨어졌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가파른 하락세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사모투자사 서스퀘하나는 PC 판매 둔화가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토퍼 롤런드 서스퀘하나 애널리스트는 “노트북과 PC 출하량이 현재 전년 대비 각각 20%, 17% 감소했다”며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고 했다. 발표 당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3% 떨어져 지난달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반도체 시장 수급도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 대비 15~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 속에 고객사들이 재고 정리에 나서면서다.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도는 기업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6~8월(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66억4300만달러(약 9조4626억원)라고 발표했다. 컨센서스(72억4773만달러)를 8% 이상 밑돈 수치다. 실적 부진에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2% 가까이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공급 조절 전략과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반도체주 반등 시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선 삼성전자의 생산 전략 향방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어떤 공급 전략을 꺼내는지에 따라 업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반도체 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