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는 모든 골퍼의 꿈이다. 드라이버를 ‘멀리 똑바로’ 보내야 스코어를 줄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반자들의 부러움’은 덤이다.

장타 욕심이 있는 건 아마추어뿐이 아니다. 프로선수도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쓴다. 대표적인 게 샤프트가 긴 드라이버를 쓰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필 미컬슨(52·미국·사진)이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최고령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긴 드라이버였다.

그때 미컬슨이 사용한 드라이버의 샤프트 길이는 47.9인치였다. 통상 46인치인 일반 드라이버보다 2인치 가까이 길었다. 당시 미국골프협회(USGA)의 드라이버 샤프트 최대 허용 길이(48인치)를 꽉 채운 셈이었다. 이 드라이버로 그는 최종 라운드 1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로 366야드를 날리는 등 나흘간 평균 313야드를 보냈다. 이후 긴 드라이버를 찾는 선수가 늘자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USGA와 영국골프협회(R&A)는 올해부터 샤프트 길이가 46인치(116.84㎝) 이상인 드라이버를 금지했다.

샤프트가 길어지면 어떤 원리로 비거리가 늘어나는 걸까. 비거리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볼 스피드다. 비거리는 클럽 헤드가 공을 만나는 임팩트 순간, 클럽이 공에 전달하는 에너지양으로 결정된다. 에너지양을 늘리려면 헤드 스피드를 높여야 한다. 긴 샤프트를 쓰면 스윙 반경이 커지면서 헤드 스피드가 높아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드라이버 길이를 2㎝ 늘리면 비거리가 6~7m 늘어난다.

하지만 긴 샤프트가 항상 비거리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의 경우 공을 클럽 헤드의 ‘스위트 스폿’에 얼마나 정확히 맞히느냐에 따라 사실상 비거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민철 타이틀리스트 수석피터는 “클럽의 길이가 길어지면 컨트롤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긴 채로 쳐서 정타를 맞히지 못하면 오히려 비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근력이나 스윙 기본을 갖추지 못한 골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긴 클럽을 사용하면 공이 비켜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거리 손실에 방향성이 나빠지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한 길이의 채로 똑바로 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선수들이 긴 샤프트 클럽을 쓸 수 있는 건 긴 채를 충분히 다룰 만한 근력과 스윙 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 서요섭(26) 등 국내외 장타자들이 그런 예다. 김 수석피터는 “아마추어라면 오히려 드라이버를 다소 짧게 잡고 정확도를 높여 힘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