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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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논의 여파로 급등했다. 올 겨울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21% 치솟은 배럴당 8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88.86달러로 4.37% 급등했다.

OPEC+ 대규모 감산 전망에 유가 급등…WTI 5.2%↑ [오늘의 유가동향]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5일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감산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OPEC+가 다음달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는 5일 정례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2020년(하루 1000만 배럴 감산) 후 가장 크다. OPEC+ 회원국은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2020년 3월 후 첫 대면 회의를 연다.

OPEC+가 대규모 감산에 나서는 것은 4개월째 유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국제 유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경기침체 공포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강달러 현상의 여파로 지난 6월부터 계속 밀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SIA웰스 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에진스키 수석 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OPEC+가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주말 언론 보도가 유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국제 유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세 자릿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향후 3개월 동안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세 자릿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런던에 있는 PVM 원유 어소시에이츠의 스티븐 브레녹 수석 분석가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동절기가 다가오고 있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유가 랠리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내년 원유 선물 가격은 더 내려갔다. 이는 앞으로 수 개월간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의 대규모 감산은 이미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와 싸우고 있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할 위험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