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LG유플러스와의 3년 ‘전봇대 소송’서 승소
한국전력이 전봇대 이전 설치 비용을 두고 LG유플러스와 3년간 소송전을 벌인 끝에 이겼다. 법원은 도로 공사를 이유로 전봇대를 옮기게 됐을 때는 LG유플러스가 이설공사를 하도록 돼 있는 두 회사 간 협정에 따라 이설비용 역시 LG유플러스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한전에 전봇대 이설비용 약 2억7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불복해 LG유플러스가 제기한 상고를 최근 기각했다. 한전은 1심과 2심에 이어 최종 승소하면서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LG유플러스가 한전에 이설비용 중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통신사들은 한전 전봇대를 빌려 통신선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사가 계약과 다른 용도로 전봇대를 사용한 것을 두고 양측이 소송을 벌인 적은 있지만 도로 공사로 인한 전봇대 이설비용과 관련해 한전과 통신사가 법정에서 다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도로공사가 강원 속초와 주문진을 잇는 동해고속도로 공사 과정에서 전봇대를 이설하면서 벌어졌다. LG유플러스가 한국도로공사에 통신설비 이설비용을 요구하자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우선 지급한 뒤 2016년 한전에 이 비용을 보전해 달라는 취지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9년 4월 “한전이 이설비용을 부담한다”는 확정판결을 내놨다. 그러자 한전이 그해 9월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 LG유플러스가 이설비용을 책임지기로 해놓고 거꾸로 도로공사로부터 비용을 받아간 탓에 비용을 대신 물어줬고, 이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한전은 LG유플러스와 맺은 협정에 ‘배전설비의 지장이설로 인해 공가설비의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 공가설비 이설공사는 LG유플러스가 시행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LG유플러스가 이설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측은 “원인이 무엇이든 전주 이설로 통신선 이설이 필요하게 되면 LG유플러스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 공사를 시행하도록 정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선 이설공사의 시행 주체만을 정하고 있을 뿐 비용부담 주체는 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정에선 한전 측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전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LG유플러스가 전주 이설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한전이 손해를 입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1·2심 재판부는 “LG유플러스는 한국도로공사의 통신설비 이설 요청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도로공사에 이설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다”며 “한국도로공사가 이 이설비용을 한전에 전가할 것임은 바로 예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같은 비용 전가는 한전과 맺은 협정을 위반한 행위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전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도로 공사로 전주를 이설할 땐 비용을 부담할 필요없다는 근거를 확실히 다져놨다는 평가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한전은 앞으로 시행될 도로 공사에서도 통신선 이설비용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