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반테 페보 노벨상 수상에 덩달아 신난 출판사는 [구은서의 요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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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즌 개막
출판계, 서점가 '노벨상 특수' 기대감
출판계, 서점가 '노벨상 특수' 기대감
올해 노벨상 시즌을 맞아 첫 축포를 터뜨린 출판사는 '부키'였습니다.
지난 3일 노벨상위원회는 2022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수상자는 스웨덴의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 네안데르탈인 등 멸종된 고대 인류의 게놈(유전자 정보)를 해독한 학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도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심지어 분야도 같습니다. 페보의 아버지는 1982년 생물학적 활성 물질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웨덴 생화학자 수네 베리스트룀입니다. <
페보의 수상에 국내 출판사 부키도 신이 났습니다. 페보의 책 중 국내에 출판된 건 2015년 부키에서 나온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가 유일합니다.
스웨덴에서 발표가 이뤄지다 보니 한국 시간으로 3일 저녁 7시쯤 수상 소식이 알려졌죠. 그런데도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3일 기준 인터넷 교보문고 일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어요. 노벨상 발표 직후 사람들이 페보의 업적을 궁금해 했고, 그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부키 관계자는 "지난 3일 하루 판매량만 직전 1주일간 판매된 양의 50배"라며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관련 행사를 시작해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페보의 책을 포함해 국내도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사은품을 주는 식으로 '노벨상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주에는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와 화학, 문학, 평화, 경제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잇달아 발표됩니다.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출판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수상자의 저서가 특수를 노리기 때문이죠. 특히 오는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누가 누릴지가 관심입니다. 수상자의 저서가 이미 출간됐다면 발표 즉시 '2022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띠지를 둘러야 하고, 아직 나오기 전이라면 계약이나 번역, 디자인 작업을 서둘러야 하거든요. 최근 몇년간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작가들이 상을 받았죠. "노벨상 특수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를지도 관심입니다.
미셸 우엘벡, 아니 에르노, 무라카미 하루키, 살만 루슈디…. 주요 출판사에서는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들의 책을 띄우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상을 받은 저자의 책이 반드시 훌륭한 건 아닙니다. 거꾸로 상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책이 별로인 것도 아니고요. 큰 상을 받은 이후 슬럼프에 시달리는 작가들도 있죠. 오죽하면 "예술가에게 상(賞)이란 축복이면서 재앙"(도리스 레싱)이고 "날비 날개에 묻은 꽃가루처럼 덧없는 것"(파블로 네루다)라고 했을까요.
그럼에도 출판계에서는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여전합니다. 일찌감치 번역·출간했던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되면 출판사의 안목을 인정받는 셈이니까요. 노벨상 후광 효과라도 받아서 더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요. 올해는 어느 출판사가 책을 바쁘게 찍어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지 궁금하네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지난 3일 노벨상위원회는 2022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수상자는 스웨덴의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 네안데르탈인 등 멸종된 고대 인류의 게놈(유전자 정보)를 해독한 학자입니다.
그의 아버지도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심지어 분야도 같습니다. 페보의 아버지는 1982년 생물학적 활성 물질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웨덴 생화학자 수네 베리스트룀입니다. <
페보의 수상에 국내 출판사 부키도 신이 났습니다. 페보의 책 중 국내에 출판된 건 2015년 부키에서 나온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가 유일합니다.
스웨덴에서 발표가 이뤄지다 보니 한국 시간으로 3일 저녁 7시쯤 수상 소식이 알려졌죠. 그런데도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3일 기준 인터넷 교보문고 일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어요. 노벨상 발표 직후 사람들이 페보의 업적을 궁금해 했고, 그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부키 관계자는 "지난 3일 하루 판매량만 직전 1주일간 판매된 양의 50배"라며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관련 행사를 시작해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페보의 책을 포함해 국내도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사은품을 주는 식으로 '노벨상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주에는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와 화학, 문학, 평화, 경제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잇달아 발표됩니다.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출판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수상자의 저서가 특수를 노리기 때문이죠. 특히 오는 6일 발표되는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누가 누릴지가 관심입니다. 수상자의 저서가 이미 출간됐다면 발표 즉시 '2022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띠지를 둘러야 하고, 아직 나오기 전이라면 계약이나 번역, 디자인 작업을 서둘러야 하거든요. 최근 몇년간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작가들이 상을 받았죠. "노벨상 특수가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를지도 관심입니다.
미셸 우엘벡, 아니 에르노, 무라카미 하루키, 살만 루슈디…. 주요 출판사에서는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들의 책을 띄우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상을 받은 저자의 책이 반드시 훌륭한 건 아닙니다. 거꾸로 상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책이 별로인 것도 아니고요. 큰 상을 받은 이후 슬럼프에 시달리는 작가들도 있죠. 오죽하면 "예술가에게 상(賞)이란 축복이면서 재앙"(도리스 레싱)이고 "날비 날개에 묻은 꽃가루처럼 덧없는 것"(파블로 네루다)라고 했을까요.
그럼에도 출판계에서는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여전합니다. 일찌감치 번역·출간했던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되면 출판사의 안목을 인정받는 셈이니까요. 노벨상 후광 효과라도 받아서 더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요. 올해는 어느 출판사가 책을 바쁘게 찍어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지 궁금하네요.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