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부당이득 반환소송으로 따져야"
공유토지 위 건물 주인 변경…대법 "지상권 인정 안 돼"
공동 소유 토지 위에 공유 건물이 있는 상황에서 증여나 매매로 건물의 일부 공유자가 변경됐다면 새 공유자에게는 토지 사용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숙부 B씨와 C 재단법인을 상대로 "땅 사용료를 내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B씨와 C 재단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76㎡(약 23평)짜리 땅과 그 위에 세운 단층 주택을 할아버지와 절반씩 소유하고 있었다.

2005년 A씨는 숙부 B씨에게 건물 지분 50%를 넘겼고, 이듬해에는 A씨 조부가 C 재단에 나머지 건물 지분을 줬다.

토지 소유권은 그대로 두고 건물 소유권만 B씨와 C 재단에 넘긴 것이다.

이후 A씨는 2017년 "B씨와 C 재단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했으니 땅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 관습법상 남의 땅 위에 세워진 건물을 넘겨받은 자에겐 토지 사용권도 그대로 인정된다.

이 경우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

1심과 2심은 B씨와 C 재단의 관습법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보고 A씨에게 토지 사용료를 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공유 토지' 위에 '공유 건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건물과 토지의 '일부' 공유자가 달라진 경우 관습법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정지상권을 인정한다면 일부 토지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체 지상권 설정을 해주는 셈이어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B씨와 C 재단이 합당한 권리 없이 토지를 이용한 것이므로 A씨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맞지만, A씨는 관습법적 법정지상권에 따른 토지 사용료를 달라고 했으니 청구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A씨로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며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 취지에 맞춰 판단해야 하기에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판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