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의혹 재판서 산업부 국장 증언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안' 산업부 보고에 비서관이 반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행을 위해 원전 축소 등 내용을 담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하도록 정부에 요청했지만,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반대해 쉽지 않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씨는 4일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를 받는 채 전 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에 대한 공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A 국장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행 명분을 주기 위해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변경해 제공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 에너지전환 TF에 보고했지만, 채 전 비서관께서 수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수원은 법적 근거 없이 자발적으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겠다는 의향을 제출할 경우 경영진과 한수원 이사들의 법적 책임이 제기될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산업부는 월성 1호기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불확실 설비로 반영해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8차 전력수급계획의 상위 행정계획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년 수립,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9%로 설정)과 상충하는 등 정합성 문제가 있어 에너지기본계획을 먼저 수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는데, 채희봉 전 비서관이 반대해 결국 에너지전환 로드맵(탈원전)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이 재차 '채 전 비서관이 에너지기본계획을 심의하는 에너지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위원들이 이전 정부에서 위촉된 의원들이어서 수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A 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논란만 가속화하고 증폭될 뿐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며 "두 번째 이뤄진 보고에서도 산업부가 에너지기본계획을 우선 수정하는 안을 보고하자 채 전 비서관이 짜증을 좀 내셨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 신청한 배임 교사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과 관련, 추가로 제출된 증거 목록 등을 검토해 다음 기일에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 채 전 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 방해 혐의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업무 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한수원에 더 이익인 상황에서 정부 국정과제를 신속 추진한다는 목표로 한수원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이사회 의결로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즉시 가동 중단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