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 대통령 풍자 만화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행사에서 상을 받고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체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향후 3년간 이 행사에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

4일 문체부 등에 따르면 전날 폐막한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가 전시됐다. 행사 기간에 이뤄진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최고상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은 그림이다.

이 만화에서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철도 위를 달리고,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조종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로는 검사복을 입은 남자들이 칼을 들고 있다. 이 광경에 놀란 사람들이 열차를 피해 흩어지는 모습을 그렸다.

‘윤석열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소셜미디어에서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색이 지나치다”는 비판과 “누구든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논란이 커진 건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정부 후원 행사이기 때문이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고 문체부와 경기도가 후원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문체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건립한 재단법인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측은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전시회는 매년 개최하는 만화축제의 부대 행사 중 하나”라며 “수상작을 전시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외부 심사위원단 명단에서 무작위로 뽑은 심사위원이 수상작을 최종 선정했고, 진흥원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체부 측은 4일 자료를 내고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건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올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지원한 정부 예산은 총 102억원으로, 진흥원 전체 예산의 약 51%다. 문체부 측은 “앞서 주최 측이 후원명칭 사용 승인을 받을 때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은 결격 조치한다’고 해놓고 공모요강에는 이 내용을 빠뜨렸다”고 경고 했다. 문체부는 2025년까지 이 행사에 후원명칭 사용을 승인하지 않고, 장관 명의의 시상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응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이날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고, 문화에 대한 통제는 민주주의의 언어가 아니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