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면 아내가 감옥 아니라 친정 가 있는 줄 알겠네. 내가 정경심이라면 남편의 저런 모습에 현타(현실자각타임. 망상에서 깨어나는 것을 말함) 올 듯하다." (서울대 게시판 글 중)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수감 중임에도 SNS 지지자들을 위해 턱걸이 영상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결국 SNS 중단을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정 전 교수에 대한 1개월 형집행정지가 결정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부로 정 교수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SNS를 접는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여러분들과 나눈 귀한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하며 "아내의 입원과 수술을 위한 형집행정지를 결정해주신 심의위원회 위원님들께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조 전 장관의 SNS는 지난 정권부터 정치권 설화의 근원지로 여겨져 왔다. 그가 이전에 남긴 글들이 현실서 재조명되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역공의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 과거 아들 대리시험을 쳐 준 지 며칠 후 정유라 대리과제 의혹 기사를 공유하며 '경악한다'는 트윗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난 것은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조 전 장관은 기자들이 자기 딸 집을 찾아가 취재를 요청하자 "그럴 필요가 어디 있느냐. 입장을 바꿔놓고 한번 생각해보아라"고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지난 2012년 댓글공작 의혹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주소를 트위터에 올렸었던 일도 재조명됐다.

또 조 전 장관이 지난 2017년 1월 트위터에 올렸던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라는 글도 역공의 대상이 됐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이 쏟아낸 말들이 고스란히 현재 상황에서 되돌아오자 '조스트라다무스', '조국대장경',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이다)'란 별명 등을 얻었다. '조스트라다무스'는 유명한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이름에 조 전 장관의 성을 붙인 별명이다.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 친구들이 "턱걸이 실제 7~10개 하느냐"며 인증을 요청하자 과거 찍어놓은 동영상을 친구 공개로 올렸다가 삭제했다. 하지만 이는 삽시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갔다.

조 전 장관은 "누군가가 이를 잽싸게 제보했고 언론사와 국민의힘 쪽 인사들이 온갖 트집을 잡는다"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어려운 시간, 나는 운동으로 이겨내고자 한다. 트집 잡는 입놀림에 바쁜 자들은 그럴 시간에 턱걸이 운동이나 해라"고 일갈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당시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에는 "조국식 정면 돌파"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내가 감옥 가 있는데 내 남편이 저러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조 전 장관의 SNS 중단 선언에 "세 치 혀 때문에 설화를 입은 대표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자기만 깨끗하다고 그렇게 입만 털지 않았어도 이런 참사가 있었을까", "자기애 강하고 내로남불인 건 알았지만 마누라 감옥 있는데 턱걸이하는 사진 올린 건 정말 깨더라"라고 평했다.

한 네티즌은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사라지게 만드는 퇴장이다"라고 조롱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과거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날 때 썼던 말이다.

한편 정 전 교수는 표창장을 위조한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유죄를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정 전 교수가 디스크 치료와 수술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열고 1개월간 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정 전 교수는 1개월 동안 외부에서 치료받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