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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켈리 글로벌 전략 수석
“불황에도 큰 충격 없어 정책 대응 늦어질 것”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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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됐지만, 충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정책 대응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침체가 장기화돼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JP모건이 전망했다.

JP모건 글로벌 전략 수석 데이비드 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내놓은 주간 전망 노트에서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의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 편를 인용해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 않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켈리는 “4분기에 접어든 미국 경제가 불황에 늪에 빠져들고 있다”면서도 “노동에 대한 과도한 수요가 있고,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에서의 과잉 재고 축적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건전한 은행 대차대조표에 의해 잠재적으로 피해가 경감되는 경기침체”라고 진단했다.

큰 충격이 없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연방정부나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경기침체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소설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에서 경주마가 사라질 동안 짖지 않는 개에 비유한 것이다.

켈리는 “Fed가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4.25~4.50%의 최고 수준으로 인상한다면 경제의 궤적을 고려할 때 적절해 보이는 것보다 몇 개월 더 많은 기간 동안 높은 금리와 양적긴축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의미 있는 재정 부양책이 2024년 대선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중간선거로 권력이 분산된 정부가 나올 가능성을 고려하면 경제 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정책은 훨씬 더 느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Fed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2024년으로 JP모건은 예상했다. 뒤늦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선 탓에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더해 Fed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에 있는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걸 피하고 싶어하기에, 기준금리가 2% 미만으로 내려가기 전에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끝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켈리는 “미국 경제 약세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오는 Fed의 태도 변화는 달러 가치를 높은 수준에서 끌어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해외에서 미국 기업의 이익과 외국 금융 자산의 수익률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미국에서 만연했던, 주식과 채권의 모두 지지했던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및 고수익 마진 환경으로의 잠재적 복귀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환경이 나타나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불만족스럽겠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강력한 지원이 될 수 있다고 JP모건은 평가했다. 켈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해 들어선 뒤 9개월 동안 수익률에서 매우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는 미국주식을 훨씬 나은 밸류에이션으로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리뷰하기 힘든 시기지만, 논리적인 포트폴리오 포지셔닝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