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환경, 자원재활용 등의 문제로 스마트폰·태블릿을 비롯한 전자기기들의 충전단자와 액세서리들을 USB-C 커넥터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번 단일화 조치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곳은 독자 충전단자를 쓰던 애플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EU 의회는 이날 안드로이드 기반의 USB-C 커넥터를 EU 역내 표준 충전단자로 통일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각각인 충전 규격으로 불필요한 충전기들이 서랍에 잔뜩 쌓여있고,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충전 단자 단일화 배경에 대해 EU 의회는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 편의성을 늘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의 마그레테 베스테거 부위원장은 "충전기를 통일하면 1년에 2억5000만 유로(3500억원)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업체 중 애플만 유일하게 자체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법안이 애플을 겨냥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5부터 모든 모델의 충전 단자를 라이트닝 포트에서 USB-C 타입으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2년 9월 아이폰5를 출시하며 라이트닝 단자를 최초 도입했다. 애플은 최신 맥북과 아이패드의 경우 C타입 충전 단자로 전환했지만, 아이폰만큼은 10년간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해왔다.

애플은 라이트닝 단자의 장점으로 작은 포트, 강한 내구성, 편리한 데이터 동기화 등을 꼽았다. 포브스 등 외신은 USB-C가 도입되면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4만메가비트(Mb)가 된다고 전했다. 이는 아이폰14 프로라인의 속도(초당 480Mb)의 83배 수준이다.

법안에 휴대폰과 함께 전자 리더기, 무선이어폰 이어 버즈 등도 해당해 삼성과 화웨이도 일부 제품의 충전 포트를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