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中 훔치고, 美 판깨고…강대국 실격 시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美, 中과 싸우면서 닮아가나
제 1적은 中보다 내부 포퓰리즘
美 중간선거·대선, 밖에서 더 우려
100년 간다는 지경학 전쟁
한국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정치하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제 1적은 中보다 내부 포퓰리즘
美 중간선거·대선, 밖에서 더 우려
100년 간다는 지경학 전쟁
한국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정치하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위험은 소련과 싸우면서 그들을 닮아가는 것이다.” 미·소 냉전의 설계자이자 대(對)소련 봉쇄정책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캐넌의 경고다. 중국과 디커플링을 불사하겠다는 미국이 어떻게 싸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동맹국과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면 적어도 동맹국이 미국을 의심하게 하는 일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80년대 전략적 무역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국가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보조금, 보호 조치를 동원해 경쟁 우위를 추구하고 과점화로 상대국 기업을 눌러 시장을 선점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적용에는 문제가 많다고 그가 우려했던 대로 전략적 무역정책이 국제무역을 왜곡시켜 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외면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힘을 상실한 데다 정치와 안보 논리가 경제를 뒤덮는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위험하고 심각하다.
말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지 미국은 중국과의 충돌을 이유로 무역의 판을 깨고 동맹국이 애써 키워온 첨단산업과 기술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안전해 투자가 몰려오고 있다지만 그것이야말로 강대국의 일방적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잘 보여야 너희가 산다”는 게 미국이 동맹국에 보내는 시그널이라면, 그래서 동맹국이 타율적으로 첨단산업과 기술의 재배치를 강요당한다면, 21세기판 ‘조공무역’과 다를 바 없다. 경제학도 무역학도 휴지로 만드는, 그냥 막 가자는 것이어서 “미국은 중국과 뭐가 다르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전략적 무역정책 적용에 신중했던 크루그먼은 정작 약탈적 조공무역에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투다.
미국이 손보겠다는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엔 체제 리스크를 비롯해 하자가 너무 많다는 점을 모르는 국가는 없다. 정치와 자본을 결합한 국가주의 중국을 맹비난하던 미국이 상대를 닮아간다는 것은 누구보다 미국 자신에게 위험하다. 중국이 첨단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짓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미국이 지식재산권을 갖고 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 또한 강대국의 실격 요소이긴 마찬가지다.
킹달러 현상도 그렇다. 미국이 “우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너희의 문제”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그래서 동맹국조차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하는 자국 우선주의로 가겠다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반납해야 하는 게 맞는다. 달러가 경제 제재용으로 동원되고 동맹국조차 경제위기로 몰아넣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대안이 없다’는 달러에 대한 대안 모색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동맹국의 눈엔 미국의 제1 적은 중국이 아니라 내부 정치 포퓰리즘이란 게 확연하게 잡힌다. 다가오는 중간선거, 2024년 대선에서 포퓰리즘의 확대 재생산 가능성을 밖에서 더 우려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했으면 먼저 동맹국이 수용할 수 있는 룰과 방식을 협의하는 게 순서에도 맞을 것이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통상외교 역량을 모아 미국에 강하게 촉구해야 할 것도 이 부분이다. 불행히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보여주듯 미국의 포퓰리즘은 동맹국조차 분열시키거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21세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무역수지·경상수지에 경고등이 들어올 때마다 전전긍긍하면서, 또 밖에서 한국 경제의 경정맥으로 보는 취약한 금융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버티기엔 매우 긴 시간이다. 미국의 포퓰리즘은 미·중 갈등과 궤를 같이할 공산이 크다. 주한미군 감축을 흥정거리로 이용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이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과의 동맹만 믿고 가기엔 너무 위험하다.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경제, 기술 등을 수단으로 동원하는 지경학 전쟁 시대를 한국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인구가 감소하고 규제가 혁신을 죽이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미·중에 이은 G3 인공지능(AI) 디지털 강국이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이 나라 정부와 정치만 모른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80년대 전략적 무역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국가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보조금, 보호 조치를 동원해 경쟁 우위를 추구하고 과점화로 상대국 기업을 눌러 시장을 선점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적용에는 문제가 많다고 그가 우려했던 대로 전략적 무역정책이 국제무역을 왜곡시켜 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외면으로 세계무역기구(WTO)가 힘을 상실한 데다 정치와 안보 논리가 경제를 뒤덮는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위험하고 심각하다.
말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지 미국은 중국과의 충돌을 이유로 무역의 판을 깨고 동맹국이 애써 키워온 첨단산업과 기술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안전해 투자가 몰려오고 있다지만 그것이야말로 강대국의 일방적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잘 보여야 너희가 산다”는 게 미국이 동맹국에 보내는 시그널이라면, 그래서 동맹국이 타율적으로 첨단산업과 기술의 재배치를 강요당한다면, 21세기판 ‘조공무역’과 다를 바 없다. 경제학도 무역학도 휴지로 만드는, 그냥 막 가자는 것이어서 “미국은 중국과 뭐가 다르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전략적 무역정책 적용에 신중했던 크루그먼은 정작 약탈적 조공무역에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투다.
미국이 손보겠다는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엔 체제 리스크를 비롯해 하자가 너무 많다는 점을 모르는 국가는 없다. 정치와 자본을 결합한 국가주의 중국을 맹비난하던 미국이 상대를 닮아간다는 것은 누구보다 미국 자신에게 위험하다. 중국이 첨단산업의 지식재산권을 훔치는 짓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미국이 지식재산권을 갖고 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 또한 강대국의 실격 요소이긴 마찬가지다.
킹달러 현상도 그렇다. 미국이 “우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너희의 문제”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그래서 동맹국조차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하는 자국 우선주의로 가겠다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반납해야 하는 게 맞는다. 달러가 경제 제재용으로 동원되고 동맹국조차 경제위기로 몰아넣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대안이 없다’는 달러에 대한 대안 모색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동맹국의 눈엔 미국의 제1 적은 중국이 아니라 내부 정치 포퓰리즘이란 게 확연하게 잡힌다. 다가오는 중간선거, 2024년 대선에서 포퓰리즘의 확대 재생산 가능성을 밖에서 더 우려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했으면 먼저 동맹국이 수용할 수 있는 룰과 방식을 협의하는 게 순서에도 맞을 것이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통상외교 역량을 모아 미국에 강하게 촉구해야 할 것도 이 부분이다. 불행히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보여주듯 미국의 포퓰리즘은 동맹국조차 분열시키거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21세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무역수지·경상수지에 경고등이 들어올 때마다 전전긍긍하면서, 또 밖에서 한국 경제의 경정맥으로 보는 취약한 금융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버티기엔 매우 긴 시간이다. 미국의 포퓰리즘은 미·중 갈등과 궤를 같이할 공산이 크다. 주한미군 감축을 흥정거리로 이용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이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과의 동맹만 믿고 가기엔 너무 위험하다.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경제, 기술 등을 수단으로 동원하는 지경학 전쟁 시대를 한국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인구가 감소하고 규제가 혁신을 죽이는 상황에서 무슨 수로 미·중에 이은 G3 인공지능(AI) 디지털 강국이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이 나라 정부와 정치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