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때 이자율을 제한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업법이나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정재희)는 가상자산 핀테크업체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가상자산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20년 10월부터 6개월간 B사에 비트코인 30개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로 했다. 첫 3개월 이자는 매월 원금의 5%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1.5개로 정했고, 석 달이 지난 이후부터는 월 이자율 2.5%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0.75개로 계산했다. 이후 B사가 비트코인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이자를 매월 0.2466개로 조정했으나 B사는 이 역시 제대로 갚지 못했다. 결국 A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사는 A사가 이자제한법 및 대부업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A사와 B사가 맺은 계약을 연이율로 환산하면 처음 3개월은 연 이자율이 60%, 이후 3개월간 연 이자율은 30%다. 이는 당시 법정 최고이자율 24%를 초과해 위법이라는 논리다. B사는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이자는 원본(비트코인)을 변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자제한법·대부업법은 금전대차 및 금전의 대부에 관한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 계약의 대상은 금전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계약에 따라 B사는 비트코인 30개를 다 갚는 날까지 월 비트코인 0.2466개를 지급하라”며 “비트코인 지급이 불가하면 변론종결 시점인 2021년 7월 시가로 계산해 개당 2654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통상 민사소송에서 외환이나 유가증권은 변론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데, 재판부가 비트코인을 유가증권과 유사한 성질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