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활발하게 벌였다. PF 대출을 주선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돈을 투자하면서 프로젝트를 따내는 사례도 늘었다. 부동산 호황기에 부동산 PF 부문에서 큰 수익을 낸 배경이다.

요즘엔 노심초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사업장 지분 투자를 하거나 PF 후순위 대출에 적극 나섰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올해 3월 말 기준 총 28조8436억원에 이른다. 2020년 말(24조5897억원)보다 17.3% 늘었다. 증권사는 시행사 지분부터 토지 매입 단계 브리지론, 선순위 및 후순위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벌여왔다.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부동산 호황기이던 2019년 말(1.3%)의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일각에선 연체율이 내년에 더 급격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까지는 사업장의 자금 조달이 한두 차례 연장되고 있지만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져 사업지들이 매물로 쏟아지면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대형사일수록 절대금액은 많다. 메리츠증권이 올 3월 말 3조55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3조3940억원), KB증권(2조7265억원), 한국투자증권(2조656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PF 부실 위험은 중소형 증권사가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일부 중소형사들이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사업에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우발부채 상당액이 부동산 PF와 사업 초기 브리지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부동산 경기에 따라 지금보다 건전성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담당자는 “내년에도 현 상황이 이어지면 고금리에 돈을 구하지 못한 시행사들의 도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부실이 도미노처럼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