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환율안정의 필요성과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은 외화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며 "상설 임시 레포기구를 활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이렇게 확보한 달러를 기업이나 금융사에 대한 단기 외화대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 국채를 활용해 달러를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이번에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달러와 원화 맞교환)를 통해 조달하는 100억달러 중 3분의 1을 미 국채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하는 미 국채 규모는 약 2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제공하고,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자금을 제공하는 구조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 국채를 17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국민연금이 미 국채를 담보로 해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달러화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한국은행에 대출하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를 것이란 관측이 영향을 미쳤다. Fed는 지난 6·7·9월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남은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