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우의 퀀트 포커스

에어부산·코스온, 2분기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
조선사도 수주공백·원가급등發 적자행진으로 재무구조 악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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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34개 종목이 작년 3분기부터 부채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20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은 이자보상배율도 대체로 낮은 수준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의 지난 2분기 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각각 102.72%와 78.45%였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자기자본과 비교한 부채의 규모를 가늠하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시장에서는 보통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작년 3분기 이후로도 꾸준히 부채비율이 증가한 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게 예고된 상황에서도 빚을 늘렸다고 볼 수 있어서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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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에서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져 200% 위로 올라간 종목은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한국항공우주, LG디스플레이, 한온시스템, 대우조선해양, 효성중공업, HSD엔진, 효성화학, 지역난방공사, SK렌터카, AJ네트웍스, 에어부산, 팜스코, 무림페이퍼, 핸즈코퍼레이션 등 16개였다.

재무건전성이 가장 심각한 코스피 종목은 에어부산으로, 올해 2분기말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부채가 늘어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로 추락한 것이다. 올해 1분기말 부채비율은 1431.50%였다.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1339억원을 조달했지만, 자본잠식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앞서 2020년 12월과 작년 9월에 각각 836억원 규모와 22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했는데도 재무구조 악화를 막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713.37%로, 3개 분기 연속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높았다. 9개월 전과 비교해 부채비율이 확대된 비율도 133.43%에 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중 가장 가팔랐다. 현대중공업도 부채비율이 꾸준히 높아져 올해 2분기 말 기준 201.15%에 이르렀다. 조선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직후의 수주 공백의 여파, 철강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적자 행진을 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또 철강재 가격 급등에 따라 부채 성격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또 조선기자재 기업인 HSD엔진도 작년 3분기 말 기준 254.59%이던 부채비율이 올해 2분기말 554.16%로, 2배 넘게 확대됐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작년 3분기 말 대비 84.26% 증가), 핸즈코퍼레이션(78.34%), 팜스코(70.57%) 등도 부채비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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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종목 중에서는 피앤티, 스마트솔루션, 유니슨,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동운아나텍, 비에이치아이, 레드캡투어, JTC, 나인테크, 바이브컴퍼니, 에스넷, 코스온, 아우딘퓨쳐스, 대호특수강, 젠큐릭스, 와이더플래닛, 유네코, 인터엠 등 18개 종목의 부채비율이 3개 분기 연속 악화됐으며,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200%를 초과했다.

이중 코스온은 작년 3분기 말에는 306.85%이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말 1023.38%까지 치솟더니, 2분기말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JTC(부채비율 676.18%), 비에이치아이(621.76%)는 부채비율이 600% 이상이었다.

3개 분기 연속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코스피·코스닥 종목들 상당수의 이자보상배율은 ‘해당사항 없음(N/A)’였다.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34개 종목 중 18개 종목이 가장 최근의 이자보상배율이 계산되지 않았다.

사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걸 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코스피 상장사는 SK렌터카(0.18배·작년 4분기 기준), AJ네트웍스(0.60배·작년 4분기 기준), 무림페이퍼(0.19배) 등 세 곳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스마트솔루션(0.13배), 나인테크(0.02배), 에스넷(0.04배), 대호특수강(0.92배), 와이더플래닛(0.20배·올해 1분기 기준) 등이 이자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