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천재'가 지배한 2022년 MLB…벌랜더 사이영상 '성큼'

새 노사협정이 지연돼 파행 가능성마저 나왔던 2022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대과 없이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6일(한국시간) 끝냈다.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는 양대 리그 12개 팀과 대진이 완성된 가운데 올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가리는 '가을의 고전'이 8일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미국 CBS 스포츠가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후 정리한 올 시즌의 핵심 인물은 '판사님' 에런 저지(30·뉴욕 양키스)와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다.

저지는 로저 매리스가 1961년 세운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61년 만에 갈아치우고 62개로 기록을 늘렸다.

역사상 6번째로 시즌 60홈런 고지를 밟아 MLB 팬들을 열광케 한 저지는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약물의 시대'를 관통한 세 거포와 달리 베이브 루스, 매리스처럼 불법 약물에 기대지 않은 '깨끗한 홈런왕'이라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양키스 선수로는 세 번째로 타격 3관왕에 도전했던 저지는 홈런과 타점(131개)은 무난히 1위를 차지했지만, 타율 0.311에 머물러 0.316을 친 루이스 아라에스(미네소타 트윈스)에게 타격 타이틀은 뺏겼다.

지난해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오타니는 올해에도 역사적인 시즌을 이어갔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먼저 타자로 홈런 34개에 95타점을 수확했고, 투수로는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탈삼진 219개라는 더욱 눈부신 성적을 냈다.

오타니는 투타 겸업의 원조인 베이브 루스 이래 104년 만에 10홈런-10승을 달성했고, 또 빅리그 최초로 투수와 타자로 규정이닝과 규정 타석을 모두 채우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올해가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저지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예약했고, 오타니는 에인절스와 3천만달러에 1년 계약해 역대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은 선수 가운데 최고액에 사인했다.

어느 누가 MVP가 되더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둘은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MVP를 선출하는 BBWAA 회원들의 표심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에서 온라인 매체 디애슬레틱의 베테랑 기자들은 저지에게 몰표를 던졌다.

저지는 87.9%, 오타니는 12.1%를 각각 득표했다.

2년 연속 이어진 '오타니 센세이션'이 여전히 뜨겁지만, 마침내 등장한 '청정 홈런왕'이 61년 만에 기록을 바꾼 신선함과 역사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팔꿈치 수술 후 회춘한 우완 투수 저스틴 벌랜더(39·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화제의 대상이었다.

벌랜더는 리그 다승(18승), 평균자책점(1.75) 1위를 차지해 통산 세 번째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ESPN의 사이영상 예측에서 벌랜더는 190.6점을 받아 당당히 1위를 질주했다.

세 명의 걸출한 스타를 앞세운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내셔널리그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만 돋보였다.

일찌감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포스트시즌 1번 시드도 확보한 다저스는 종전 기록을 5승 경신한 구단 최다승 신기록인 111승(51패)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투타의 안정성을 뽐내며 팀 득점에서 실점을 뺀 수치가 +334로 빅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월등했다.

다저스를 필두로 작년 월드시리즈 챔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뉴욕 메츠(이상 101승) 세 팀이 시즌 100승 이상을 거뒀다.

아메리칸리그 최다승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106승)를 합하면 전체 4개 팀이 세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102패), 워싱턴 내셔널스(107패), 신시내티 레즈·피츠버그 파이리츠(이상 100패) 등 4개 팀은 100패 팀이 됐다.

4개 팀이 100승을 거둔 건 3년 만이고, 4개 팀이 100패 이상을 당한 건 2년 연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