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밤 홀린 '아시아의 맛'…하루 140만弗 모은 뉴요커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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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모험가들
'제2회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 연
마이클 정·필립 림·사이먼 김
'제2회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 연
마이클 정·필립 림·사이먼 김
“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에요. 너무 맛있어요.(Wow, I’ve never tasted this before. Awesome.)”
지난달 28일 저녁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스퀘어공원. 한국식 갈비를 맛본 현지인들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질렀다.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군침이 절로 도는 음식 냄새가 뉴욕의 가을 밤공기를 가득 채웠다. 이 공원은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 공간 중 한 곳이다. 글로벌 인기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1호점도 이곳에 있다. 이날만큼은 아시아의 맛에 홀린 사람들의 특별한 파티장으로 변신했다.
이 행사는 올해 2회째를 맞은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 한국식 바비큐로 미쉐린을 받은 뉴욕의 인기 레스토랑인 꽃(cote stake house)의 사이먼 김 대표,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한 곳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정 부대표, 필립 림 디자이너가 손잡고 지난해 처음 개최한 이벤트다. ‘황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침을 뱉고 욕설하거나 길거리에서 폭행하는 등 각종 혐오 범죄가 잇따르던 뉴욕에서 아시아인들이 주최자가 돼 만든 자리다. 마이클 정 부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현지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급증해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아시아의 ‘맛’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리고, 아시아인 혐오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힘을 모았다”고 했다. 아시아의 맛으로 아시아인 혐오를 물리치자는 행사의 취지에 공감한 많은 셀럽도 자리를 빛냈다. 글로벌 의류 디자이너 필립 림, 드라마 ‘파칭코’의 원작 소설가 이민진,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제이미 정, 마크 저커버그와 메타의 패션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뉴욕의 패션 인플루언서인 에바 첸 등 수많은 뉴욕의 인플루언서가 자리를 빛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마이크 주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운영책임자(COO), 센도르 허 찰스뱅크캐피털파트너스 파트너 등 재계와 금융권의 거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엔 꽃을 비롯해 단지, 8282, 원조레스토랑, 나미노리 등 한식 레스토랑과 일식, 중식, 인디언, 타이, 싱가포르 레스토랑 등 뉴욕을 대표하는 아시안 레스토랑 40여 곳이 참여했다. 대부분 미쉐린 스타를 받거나 뉴욕에서 한두 달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한식 부스는 단연 인기였다. 상추에 싸 먹는 한국식 바비큐를 준비한 ‘꽃’의 부스에는 순식간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한인 셰프가 운영하는 김 마끼 레스토랑인 ‘나미노리’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미트볼을 넣은 퓨전 김치찌개, 인삼을 갈아 넣은 한국식 칵테일 등 다소 생소한 음식과 음료를 맛보려는 인파도 적지 않았다.
아시안의 맛과 뉴욕의 가을밤에 취한 참석자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조너선 라미즈 씨는 “평소에 맛보기 힘든 아시안 요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어 매우 즐거웠고, 맛 또한 창의적이고 놀라웠다”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안 문화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식 찹쌀떡 모찌 아이스크림 레스토랑인 모치도키의 창립자는 “뉴욕 매장이 성황리에 운영돼 한국 시장에도 곧 진출을 앞두고 있다”며 “아시안 요리를 알리는 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 입장료는 1000달러(약 140만원)부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 것은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의 취지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려는 뉴요커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이먼 김 대표는 “행사의 입장료 수입은 전액 지역사회에 기부한다”며 “아시아의 ‘맛’이 아시안을 결집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룻밤에 모인 140만달러의 기부금은 아시아계 미국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단체인 에이펙스 포 유스,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인 시티 하베스트 등에 전액 전해졌다. 주최 측은 앞으로 매년 가을 이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센도르 허 파트너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한류를 만들고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일조한 것처럼 K푸드가 그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
지난달 28일 저녁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스퀘어공원. 한국식 갈비를 맛본 현지인들이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질렀다.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군침이 절로 도는 음식 냄새가 뉴욕의 가을 밤공기를 가득 채웠다. 이 공원은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 공간 중 한 곳이다. 글로벌 인기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1호점도 이곳에 있다. 이날만큼은 아시아의 맛에 홀린 사람들의 특별한 파티장으로 변신했다.
이 행사는 올해 2회째를 맞은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Taste of Asia)’. 한국식 바비큐로 미쉐린을 받은 뉴욕의 인기 레스토랑인 꽃(cote stake house)의 사이먼 김 대표,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한 곳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정 부대표, 필립 림 디자이너가 손잡고 지난해 처음 개최한 이벤트다. ‘황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침을 뱉고 욕설하거나 길거리에서 폭행하는 등 각종 혐오 범죄가 잇따르던 뉴욕에서 아시아인들이 주최자가 돼 만든 자리다. 마이클 정 부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현지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급증해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아시아의 ‘맛’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리고, 아시아인 혐오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힘을 모았다”고 했다. 아시아의 맛으로 아시아인 혐오를 물리치자는 행사의 취지에 공감한 많은 셀럽도 자리를 빛냈다. 글로벌 의류 디자이너 필립 림, 드라마 ‘파칭코’의 원작 소설가 이민진,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제이미 정, 마크 저커버그와 메타의 패션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뉴욕의 패션 인플루언서인 에바 첸 등 수많은 뉴욕의 인플루언서가 자리를 빛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마이크 주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운영책임자(COO), 센도르 허 찰스뱅크캐피털파트너스 파트너 등 재계와 금융권의 거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엔 꽃을 비롯해 단지, 8282, 원조레스토랑, 나미노리 등 한식 레스토랑과 일식, 중식, 인디언, 타이, 싱가포르 레스토랑 등 뉴욕을 대표하는 아시안 레스토랑 40여 곳이 참여했다. 대부분 미쉐린 스타를 받거나 뉴욕에서 한두 달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한식 부스는 단연 인기였다. 상추에 싸 먹는 한국식 바비큐를 준비한 ‘꽃’의 부스에는 순식간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한인 셰프가 운영하는 김 마끼 레스토랑인 ‘나미노리’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미트볼을 넣은 퓨전 김치찌개, 인삼을 갈아 넣은 한국식 칵테일 등 다소 생소한 음식과 음료를 맛보려는 인파도 적지 않았다.
아시안의 맛과 뉴욕의 가을밤에 취한 참석자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조너선 라미즈 씨는 “평소에 맛보기 힘든 아시안 요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어 매우 즐거웠고, 맛 또한 창의적이고 놀라웠다”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안 문화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식 찹쌀떡 모찌 아이스크림 레스토랑인 모치도키의 창립자는 “뉴욕 매장이 성황리에 운영돼 한국 시장에도 곧 진출을 앞두고 있다”며 “아시안 요리를 알리는 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 입장료는 1000달러(약 140만원)부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 것은 테이스트 오브 아시아의 취지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려는 뉴요커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이먼 김 대표는 “행사의 입장료 수입은 전액 지역사회에 기부한다”며 “아시아의 ‘맛’이 아시안을 결집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룻밤에 모인 140만달러의 기부금은 아시아계 미국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단체인 에이펙스 포 유스,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인 시티 하베스트 등에 전액 전해졌다. 주최 측은 앞으로 매년 가을 이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센도르 허 파트너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한류를 만들고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일조한 것처럼 K푸드가 그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