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대가' 폴 믹스 "기술주 더 떨어져도 안산다...테슬라는 예외"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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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빅테크 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인디펜던트 솔루션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폴 믹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당분간 기술주가 급락해도 매수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폴 믹스는 한국경제TV의 특집 인터뷰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2024년 이전에 통화 정책을 전환해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하며 "기술주의 가치 평가는 금리 상승 시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연준이 현재 3~3.25% 수준인 기준 금리를 4.5%까지 올리고 그 수준을 2023년 내내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주를 대표하는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종목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유일하게 애플만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글과 메타라고 불리는 페이스북의 경우 디지털 광고 주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오면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주에 대해서도 "반도체 산업은 곤경에 빠져 있으므로 관련 주식을 대부분을 멀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자 가전 시장이 둔화하는 등 업황 자체가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수혜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반도체와 과학법이) 큰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면서 "최종적으로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 아닌 대만 반도체 회사가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반도체가 주력 사업인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사업이 없었다면 아마 추천했을 것이다"며 "반도체 사업 분야는 적어도 1년 간은 더 난항을 겪을 것이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믹스 매니저는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 테슬라 만큼은 유망한 종목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다른 기술주는 급락해도 매수하지 않겠지만 테슬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 텐센트, 제이디닷컴 등 중국 기술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코로나 대응 정책 또한 완화된다면 이들 기업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폴 믹스 매니저는 "최고의 방어는 현금을 보유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며 주식 투자를 한다면 기술주 외에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지닌 유틸리티, 필수 소비재, 일부 금융과 산업 분야 등의 접근을 추천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의 엑슨모빌, 산업의 제너럴다이내믹스, 유틸리티의 넥스트에라에너지 등이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래는 폴 믹스와 나눈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인터뷰 시점: 9월 30일)
Q. 미국 연준이 9월 FOMC에서도 0.7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상황인데 미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나.
A. 미국 연준 이사회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중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3%고, 연준 회의마다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는 6주 마다 열리며, 아마도 내년 2~3월이 될 때까지 계속되겠다. 현재 금리는 3%로, 그때 쯤이면 4.6% 정도가 돼 있을 것이다. 4.6%에서 인상을 멈출 예정이지만 지켜봐야겠다.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금리 인상을 멈추면 주식 시장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인상을 멈추기 전까지는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본다.
Q. 미국 연준은 이런 긴축적인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까. 또 언제쯤 통화 정책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판단하나.
A. 금리 인상은 계속된다고 본다. 여기에서 1.5% 정도 더 올리고 나면 멈출 것이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테니 시장에 도움은 안 될 것이다. 인상을 멈춘 상태로 2023년 내내 그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 나는 미국이 경기 침체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금리를 지나치게 인상하면 경기 침체가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을 바꿔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금융 시장에는 좋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것이다. 따라서 2024년 이전에 통화 정책을 전환해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Q. 금리 인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기술주는 어떻게 평가하나.
A. 기술주의 가치 평가는 금리 상승 시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제 겨우 10월인데, 올해 나스닥은 이미 30~35% 하락했다. 기술 부문에 여전히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락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기술주를 공격적으로 매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이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Q. 기술주 중에서도 FAANG주(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A. FAANG 기업 중에 당장 매수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기업은 애플이다. 나는 FAANG에 마이크로소프트도 포함된다고 보는데 매우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기술 기업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구글과 메타라 불리는 페이스북의 경우 디지털 광고 주도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보며, 그렇게 되면 광고주 예산도 줄어들 것이다. 광고 지출이 줄면 구글과 메타는 지속적인 타격을 입겠다. 넷플릭스의 경우 사업 모델이 크게 변화할 예정이다.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올해 가을부터 광고를 포함하게 된다. 사업 모델이 크게 바뀔 예정으로 우선 그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마존 역시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아마존에서의 소비 역시 줄어들겠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마존의 비용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비용이 증가하면 수익은 타격을 받겠다.
Q. 테슬라에 투자하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테슬라는 어떻게 보는가.
A. 나는 테슬라를 좋아한다. 테슬라의 문제는 항상 비싸다는 것이다. 여느 기술주처럼 지난 1년 간 하락했으나 여전히 비싼 편이다. 제대로 가치를 평가하기 힘든 종목이겠다. 그러나 테슬라가 하는 일은 존중한다.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중국 공장에서 생산량이 상당 부분이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에 있어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나라면 테슬라를 계속 보유하겠지만 주가 하락 시에만 매수하겠다. 하지만 기업 자체는 매우 좋게 본다. 주가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보며 급락한다면 적극적으로 매수할 것이다. 현재 다른 기술주는 급락해도 매수하지 않겠지만 테슬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떨어질 수는 있겠다. 만약 그렇다 해도 회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미국 시장과 경기에 따른 영향일 것이다.
Q.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섹터가 반도체다.
A. 반도체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경기 침체에 들어서자 소비자 가전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 올해 PC 시장 역시 크게 하락할 것이다. 스마트폰 출하량 또한 많이 감소했다. 많은 반도체 회사가 소비자 가전을 위해 칩을 공급한다. 이전에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으나, 현재는 공급 과잉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곤경에 빠져 있으므로 관련 주식 대부분을 멀리하는 게 좋다. 선호하는 기업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브로드컴으로 티커는 ABGO이다. 두 번째는 온세미컨덕터로 티커는 ON이다. 글로벌파운드리라는 미국 회사도 있다. 티커는 GFS이고 아웃소싱 제조 업체다. 이런 회사들은 괜찮다고 보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기술주가 직면한 문제를 똑같이 겪고 있다. 게다가 재고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나라면 브로드컴, 온세미컨덕터 및 글로벌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 그러나 지금 기술주를 매수한다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 반도체 비중은 매우 낮출 것이다.
Q. 미국에서는 '반도체와 과학법' 이슈도 있다. 이 법안의 수혜를 볼 만한 종목이 있을까.
A. 그 법안의 문제는 미국 내 제조 공장 건설을 위해 500억 달러의 예산을 잡았다는 것이다. 500억 달러는 큰 돈처럼 들리겠지만 칩 공장을 건설하는데 100~20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큰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미국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건설하는 데 있어 큰 수혜자는 대만 반도체일 것이다. 대만 반도체는 대만이 아닌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반도체 회사가 아닌 대만 반도체라고 생각한다.
호재를 볼 만한 기업은 장비를 만드는 제조 회사다. 예를 들면 KLA-텐코, ASM리소그래피,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같은 회사로 미국에서 규모가 큰 반도체 제조 장비 회사들이다. 공장을 지을 때마다 장비를 설치해야 하므로 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체 생산을 하지 않고 아웃소싱을 하는 퀄컴, 엔비디아, AMD 같은 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본사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만 반도체에 크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칩을 직접 제조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은 인텔뿐이다. 다른 기업들도 미국 사업장 가까이에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게 됐으니 혜택을 볼 것이다.
Q. 이 법안으로 중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 내부에서는 기술주 규제 완화 등의 호재도 보인다. 중국 기술주는 어떻게 보나.
A. 중국 기술 기업도 매우 좋게 본다. 규제가 매우 엄격해지기는 했으나 정부에서도 이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나라면 시간에 걸쳐 알리바바, 텐센트, 제이디닷컴에 투자할 것이다. 전부 우량 기업이며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우선 중국의 코로나 정책은 매우 엄격해서 공장이 장기간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수요에도 타격을 준다. 중국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코로나 대응 정책 또한 완화된다면 이 기업들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이들은 세계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는 3억에 불과하나 중국 인구는 4~5배에 달한다. 매우 큰 시장이다. 그 외에 다른 기업들도 있다. 나는 삼성의 열렬한 지지자로 훌륭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ASM리소그래피 역시 좋은 기술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Q. 전반적으로 기술주를 놓고 봤을 때 거시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성장이 유효한 기술주가 있을까.
A. 기술주는 일반적으로 경기에 민감하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성과가 좋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경기 일 때는 별로 좋지 않다. 기술 부문에서는 사이버 보안처럼 거시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게 좋다. 사이버 보안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팔로알토네트워크나 아리스타네트워크 같은 기업은 코로나 상황과 미국 내 불황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팔로알토네트워크의 티커는 PANW이고 아리스타네트워크의 티커는 ANET다.
Q.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A. 삼성은 좋은 정도가 아니라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게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상황에서 삼성의 주력 상품은 소비자 가전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가 감소하는 품목이다. 예를 들면 핸드폰이 그렇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세다. 올해 PC 시장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삼성은 소비자 가전에 집중돼 있어 타격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삼성은 반도체 사업 비중도 크다. 매출의 약 20~30%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사업들은 성과가 좋을 수 있으나 반도체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만일 삼성에 반도체 사업이 없었다면 아마 추천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반도체 사업 분야는 적어도 1년간은 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본다.
Q. 기술주 외에도 경기 방어력을 가진 분야나 섹터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겠나.
A. 총 11개의 섹터가 있다. 기술 섹터가 가장 크긴 하나 그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최고의 방어는 현금을 보유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유틸리티, 필수 소비재, 일부 금융과 산업 분야는 경기 침체에도 괜찮다. 올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매우 좋았던 부문은 에너지다. 일부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에너지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에너지 회사들의 실적이 좋았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 외에 이런 섹터에 투자해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게 좋다. 실제로 나도 포트폴리오에 기술주를 거의 담지 않고 있다.
미국 내 다양한 섹터에서 예를 들어보겠다. 에너지에서는 세계 선두주자인 엑슨모빌(XOM)이 여전히 좋다. 산업 섹터에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D)를 좋아한다. 유틸리티는 경기 방어주로서 성과가 매우 좋다. AES나 넥스트에라에너지(NEE) 역시 성과가 꾸준히 좋을 것이다. 미국에는 퍼스트인터스테이트뱅크(FIBK)라는 좋은 은행도 있다. 이 주식들은 전부 경기 방어 섹터다. 기술 섹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Q. 끝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때때로 최선의 방책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곧잘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불행하게도 올해는 경기 침체로 인해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식이 하락했다. 숨을 곳이 없다. 투자자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공부를 지속하되 경제 뉴스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면서 시장이 큰 기회를 안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섹터와 관계 없이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최고의 투자다. 현금을 창출하는 회사를 찾아보라.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
폴 믹스는 한국경제TV의 특집 인터뷰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2024년 이전에 통화 정책을 전환해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하며 "기술주의 가치 평가는 금리 상승 시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연준이 현재 3~3.25% 수준인 기준 금리를 4.5%까지 올리고 그 수준을 2023년 내내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주를 대표하는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종목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유일하게 애플만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글과 메타라고 불리는 페이스북의 경우 디지털 광고 주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오면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주에 대해서도 "반도체 산업은 곤경에 빠져 있으므로 관련 주식을 대부분을 멀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자 가전 시장이 둔화하는 등 업황 자체가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수혜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반도체와 과학법이) 큰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면서 "최종적으로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 아닌 대만 반도체 회사가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반도체가 주력 사업인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에 반도체 사업이 없었다면 아마 추천했을 것이다"며 "반도체 사업 분야는 적어도 1년 간은 더 난항을 겪을 것이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믹스 매니저는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 테슬라 만큼은 유망한 종목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다른 기술주는 급락해도 매수하지 않겠지만 테슬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 텐센트, 제이디닷컴 등 중국 기술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코로나 대응 정책 또한 완화된다면 이들 기업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폴 믹스 매니저는 "최고의 방어는 현금을 보유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며 주식 투자를 한다면 기술주 외에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지닌 유틸리티, 필수 소비재, 일부 금융과 산업 분야 등의 접근을 추천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의 엑슨모빌, 산업의 제너럴다이내믹스, 유틸리티의 넥스트에라에너지 등이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래는 폴 믹스와 나눈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인터뷰 시점: 9월 30일)
Q. 미국 연준이 9월 FOMC에서도 0.7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상황인데 미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나.
A. 미국 연준 이사회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중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3%고, 연준 회의마다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는 6주 마다 열리며, 아마도 내년 2~3월이 될 때까지 계속되겠다. 현재 금리는 3%로, 그때 쯤이면 4.6% 정도가 돼 있을 것이다. 4.6%에서 인상을 멈출 예정이지만 지켜봐야겠다.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금리 인상을 멈추면 주식 시장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인상을 멈추기 전까지는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본다.
Q. 미국 연준은 이런 긴축적인 기조를 언제까지 유지할까. 또 언제쯤 통화 정책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판단하나.
A. 금리 인상은 계속된다고 본다. 여기에서 1.5% 정도 더 올리고 나면 멈출 것이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테니 시장에 도움은 안 될 것이다. 인상을 멈춘 상태로 2023년 내내 그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 나는 미국이 경기 침체로 가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금리를 지나치게 인상하면 경기 침체가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을 바꿔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금융 시장에는 좋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것이다. 따라서 2024년 이전에 통화 정책을 전환해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Q. 금리 인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기술주는 어떻게 평가하나.
A. 기술주의 가치 평가는 금리 상승 시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제 겨우 10월인데, 올해 나스닥은 이미 30~35% 하락했다. 기술 부문에 여전히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락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기술주를 공격적으로 매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이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Q. 기술주 중에서도 FAANG주(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A. FAANG 기업 중에 당장 매수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기업은 애플이다. 나는 FAANG에 마이크로소프트도 포함된다고 보는데 매우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기술 기업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구글과 메타라 불리는 페이스북의 경우 디지털 광고 주도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보며, 그렇게 되면 광고주 예산도 줄어들 것이다. 광고 지출이 줄면 구글과 메타는 지속적인 타격을 입겠다. 넷플릭스의 경우 사업 모델이 크게 변화할 예정이다.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올해 가을부터 광고를 포함하게 된다. 사업 모델이 크게 바뀔 예정으로 우선 그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마존 역시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아마존에서의 소비 역시 줄어들겠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아마존의 비용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비용이 증가하면 수익은 타격을 받겠다.
Q. 테슬라에 투자하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테슬라는 어떻게 보는가.
A. 나는 테슬라를 좋아한다. 테슬라의 문제는 항상 비싸다는 것이다. 여느 기술주처럼 지난 1년 간 하락했으나 여전히 비싼 편이다. 제대로 가치를 평가하기 힘든 종목이겠다. 그러나 테슬라가 하는 일은 존중한다.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중국 공장에서 생산량이 상당 부분이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에 있어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나라면 테슬라를 계속 보유하겠지만 주가 하락 시에만 매수하겠다. 하지만 기업 자체는 매우 좋게 본다. 주가가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보며 급락한다면 적극적으로 매수할 것이다. 현재 다른 기술주는 급락해도 매수하지 않겠지만 테슬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떨어질 수는 있겠다. 만약 그렇다 해도 회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미국 시장과 경기에 따른 영향일 것이다.
Q.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섹터가 반도체다.
A. 반도체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는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경기 침체에 들어서자 소비자 가전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 올해 PC 시장 역시 크게 하락할 것이다. 스마트폰 출하량 또한 많이 감소했다. 많은 반도체 회사가 소비자 가전을 위해 칩을 공급한다. 이전에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으나, 현재는 공급 과잉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곤경에 빠져 있으므로 관련 주식 대부분을 멀리하는 게 좋다. 선호하는 기업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브로드컴으로 티커는 ABGO이다. 두 번째는 온세미컨덕터로 티커는 ON이다. 글로벌파운드리라는 미국 회사도 있다. 티커는 GFS이고 아웃소싱 제조 업체다. 이런 회사들은 괜찮다고 보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기술주가 직면한 문제를 똑같이 겪고 있다. 게다가 재고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나라면 브로드컴, 온세미컨덕터 및 글로벌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 그러나 지금 기술주를 매수한다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 반도체 비중은 매우 낮출 것이다.
Q. 미국에서는 '반도체와 과학법' 이슈도 있다. 이 법안의 수혜를 볼 만한 종목이 있을까.
A. 그 법안의 문제는 미국 내 제조 공장 건설을 위해 500억 달러의 예산을 잡았다는 것이다. 500억 달러는 큰 돈처럼 들리겠지만 칩 공장을 건설하는데 100~20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큰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미국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건설하는 데 있어 큰 수혜자는 대만 반도체일 것이다. 대만 반도체는 대만이 아닌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반도체 회사가 아닌 대만 반도체라고 생각한다.
호재를 볼 만한 기업은 장비를 만드는 제조 회사다. 예를 들면 KLA-텐코, ASM리소그래피,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같은 회사로 미국에서 규모가 큰 반도체 제조 장비 회사들이다. 공장을 지을 때마다 장비를 설치해야 하므로 이 법안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체 생산을 하지 않고 아웃소싱을 하는 퀄컴, 엔비디아, AMD 같은 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본사와 가까운 곳에서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만 반도체에 크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칩을 직접 제조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은 인텔뿐이다. 다른 기업들도 미국 사업장 가까이에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게 됐으니 혜택을 볼 것이다.
Q. 이 법안으로 중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 내부에서는 기술주 규제 완화 등의 호재도 보인다. 중국 기술주는 어떻게 보나.
A. 중국 기술 기업도 매우 좋게 본다. 규제가 매우 엄격해지기는 했으나 정부에서도 이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나라면 시간에 걸쳐 알리바바, 텐센트, 제이디닷컴에 투자할 것이다. 전부 우량 기업이며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우선 중국의 코로나 정책은 매우 엄격해서 공장이 장기간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수요에도 타격을 준다. 중국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코로나 대응 정책 또한 완화된다면 이 기업들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이들은 세계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는 3억에 불과하나 중국 인구는 4~5배에 달한다. 매우 큰 시장이다. 그 외에 다른 기업들도 있다. 나는 삼성의 열렬한 지지자로 훌륭한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ASM리소그래피 역시 좋은 기술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Q. 전반적으로 기술주를 놓고 봤을 때 거시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성장이 유효한 기술주가 있을까.
A. 기술주는 일반적으로 경기에 민감하다.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성과가 좋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경기 일 때는 별로 좋지 않다. 기술 부문에서는 사이버 보안처럼 거시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게 좋다. 사이버 보안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팔로알토네트워크나 아리스타네트워크 같은 기업은 코로나 상황과 미국 내 불황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팔로알토네트워크의 티커는 PANW이고 아리스타네트워크의 티커는 ANET다.
Q.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A. 삼성은 좋은 정도가 아니라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게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상황에서 삼성의 주력 상품은 소비자 가전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가 감소하는 품목이다. 예를 들면 핸드폰이 그렇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세다. 올해 PC 시장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삼성은 소비자 가전에 집중돼 있어 타격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삼성은 반도체 사업 비중도 크다. 매출의 약 20~30%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사업들은 성과가 좋을 수 있으나 반도체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만일 삼성에 반도체 사업이 없었다면 아마 추천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반도체 사업 분야는 적어도 1년간은 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본다.
Q. 기술주 외에도 경기 방어력을 가진 분야나 섹터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겠나.
A. 총 11개의 섹터가 있다. 기술 섹터가 가장 크긴 하나 그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최고의 방어는 현금을 보유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유틸리티, 필수 소비재, 일부 금융과 산업 분야는 경기 침체에도 괜찮다. 올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매우 좋았던 부문은 에너지다. 일부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에너지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에너지 회사들의 실적이 좋았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 외에 이런 섹터에 투자해 경기 침체를 피하는 게 좋다. 실제로 나도 포트폴리오에 기술주를 거의 담지 않고 있다.
미국 내 다양한 섹터에서 예를 들어보겠다. 에너지에서는 세계 선두주자인 엑슨모빌(XOM)이 여전히 좋다. 산업 섹터에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D)를 좋아한다. 유틸리티는 경기 방어주로서 성과가 매우 좋다. AES나 넥스트에라에너지(NEE) 역시 성과가 꾸준히 좋을 것이다. 미국에는 퍼스트인터스테이트뱅크(FIBK)라는 좋은 은행도 있다. 이 주식들은 전부 경기 방어 섹터다. 기술 섹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Q. 끝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때때로 최선의 방책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곧잘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 불행하게도 올해는 경기 침체로 인해 미국 내 거의 모든 주식이 하락했다. 숨을 곳이 없다. 투자자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공부를 지속하되 경제 뉴스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면서 시장이 큰 기회를 안고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섹터와 관계 없이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최고의 투자다. 현금을 창출하는 회사를 찾아보라.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