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게 생겼습니다"…거래절벽에 중개업소 '곡소리'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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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받아본 지도 오래…알바해야 하나 고민"
"거래 활성화 정책 나올 때까진 '보릿고개' 계속될 것"
"거래 활성화 정책 나올 때까진 '보릿고개' 계속될 것"
"체감상 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매매고 임대차고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문의 전화도 거의 없습니다.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강남구 개포동 A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개수수료율을 낮추면서 가뜩이나 힘들어진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절벽이 갈수록 심해지면서입니다. 정부가 거래를 촉진할 정책을 내놓기 전까진 당분간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36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2691건의 7분의 1수준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강동구(9건) △광진구(9건) △서대문구(9건) △성동구(9건) △중구(8건) △강북구(8건) 등 6개 자치구는 한 자릿수 거래량을 기록해 극심한 거래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했습니다.
지난 7일 기준 올해 1월부터 월별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1월 1092건 △2월 818건 △3월 1428건 △4월 1751건 △5월 1743건 △6월 1080건 △7월 643건 △8월 667건 △9월 367건 순입니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소 거래량을 기록한 7월(643건)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실수요자들이 대체재로 찾았던 빌라(연립·다세대) 거래량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1월부터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1월 2841건 △2월 2428건 △3월 3168건 △4월 3883건 △5월 3818건 △6월 3308건 △7월 2459건 △8월 2140건 △9월 1116건입니다. 9월 서울 빌라 거래 건수는 전월(2140건)보다 47.85%(1024건) 줄었습니다. 미국이 돈줄을 강하게 죄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자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 큽니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탓에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매매가 급격하게 줄어들다보니 부동산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납니다. 월급이 따로 없는 공인중개사들은 거래가 성사돼야만 수입이 생기는 데 매매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겁니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똘똘한 한 채'를 이유로 거래가 되는 것은 소수일 뿐 거래가 안 되긴 마찬가지"라면서 "금융위기 땐 수천만원씩 하락한 매물이 있으면 거래가 이뤄지기라도 했는데 최근엔 수억원이 빠져도 거래가 전혀 되질 않는다. 문의 전화 받아본 지도 오래"라고 토로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사도 "노원구 뿐만 아니라 도봉구, 강북구 등은 최근에 집값이 빠르게 오르지 않았나. 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집을 보겠다는 실수요자가 뚝 끊겼다"며 "한동안 조용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했습니다.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점도 공인중개사들이 힘겨워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상생 임대인제도 등으로 재계약하는 사례가 많아서입니다.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불안하다면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아 재계약에 따른 계약서를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집주인과 세입자 쌍방이 직접 계약서를 쓰고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중개업소가 낄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전 같았으면 2년에 한 번씩 전세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해 손님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상생 임대인제도 등으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특약 조건을 달아 계약하는 등 중개업소를 찾는 일이 드물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돼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압구정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거래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기 전까지는 침체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실수요자들의 심리는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77.7로 전주(78.5)보다 내려갔습니다. 전세수급지수 역시 82.8로 같은 기간 감소했습니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단 뜻입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보단 팔겠다는 집주인이, 세입자보다는 세를 놓는 집이 더 많단 의미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개수수료율을 낮추면서 가뜩이나 힘들어진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절벽이 갈수록 심해지면서입니다. 정부가 거래를 촉진할 정책을 내놓기 전까진 당분간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36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2691건의 7분의 1수준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강동구(9건) △광진구(9건) △서대문구(9건) △성동구(9건) △중구(8건) △강북구(8건) 등 6개 자치구는 한 자릿수 거래량을 기록해 극심한 거래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했습니다.
지난 7일 기준 올해 1월부터 월별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1월 1092건 △2월 818건 △3월 1428건 △4월 1751건 △5월 1743건 △6월 1080건 △7월 643건 △8월 667건 △9월 367건 순입니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소 거래량을 기록한 7월(643건)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실수요자들이 대체재로 찾았던 빌라(연립·다세대) 거래량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1월부터 서울 빌라 매매 건수는 △1월 2841건 △2월 2428건 △3월 3168건 △4월 3883건 △5월 3818건 △6월 3308건 △7월 2459건 △8월 2140건 △9월 1116건입니다. 9월 서울 빌라 거래 건수는 전월(2140건)보다 47.85%(1024건) 줄었습니다. 미국이 돈줄을 강하게 죄면서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기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자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 큽니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탓에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매매가 급격하게 줄어들다보니 부동산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도 곡소리가 납니다. 월급이 따로 없는 공인중개사들은 거래가 성사돼야만 수입이 생기는 데 매매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겁니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똘똘한 한 채'를 이유로 거래가 되는 것은 소수일 뿐 거래가 안 되긴 마찬가지"라면서 "금융위기 땐 수천만원씩 하락한 매물이 있으면 거래가 이뤄지기라도 했는데 최근엔 수억원이 빠져도 거래가 전혀 되질 않는다. 문의 전화 받아본 지도 오래"라고 토로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사도 "노원구 뿐만 아니라 도봉구, 강북구 등은 최근에 집값이 빠르게 오르지 않았나. 이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집을 보겠다는 실수요자가 뚝 끊겼다"며 "한동안 조용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라도 뛰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했습니다.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점도 공인중개사들이 힘겨워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상생 임대인제도 등으로 재계약하는 사례가 많아서입니다.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불안하다면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찾아 재계약에 따른 계약서를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집주인과 세입자 쌍방이 직접 계약서를 쓰고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중개업소가 낄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전 같았으면 2년에 한 번씩 전세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해 손님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상생 임대인제도 등으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특약 조건을 달아 계약하는 등 중개업소를 찾는 일이 드물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돼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압구정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거래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기 전까지는 침체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실수요자들의 심리는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77.7로 전주(78.5)보다 내려갔습니다. 전세수급지수 역시 82.8로 같은 기간 감소했습니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단 뜻입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보단 팔겠다는 집주인이, 세입자보다는 세를 놓는 집이 더 많단 의미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