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후보작…싱가포르 아줌마의 한국 여행기
'아줌마' 허슈밍 감독 "한국 드라마 열성팬 엄마한테 영감받아"
림 메이화(홍휘팡 분)는 한국 문화에 푹 빠져 있는 싱가포르 아줌마다.

공원에서는 한국 음악에 맞춰 라인댄스를 추고, 집에서는 청소할 때도, 요리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한국 드라마를 늘 틀어둔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여진구가 출연하는 작품을 보며 한국어도 연습한다.

아들과 함께하기로 한 한국 여행을 앞둔 어느 날, 아들이 갑작스레 면접을 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그는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후보작 '아줌마'는 한국을 사랑하는 싱가포르 중년 여성이 한국 여행 중 길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과 싱가포르 첫 합작 영화인 이 작품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아줌마' 허슈밍 감독 "한국 드라마 열성팬 엄마한테 영감받아"
연출을 맡은 허슈밍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인 어머니께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었다"고 작품 구상 계기를 밝혔다.

영화는 한 중년 여성의 여행기이지만 그 안에는 성인이 된 아들과 어머니의 소원해진 관계에 대한 고찰이 담겼다.

누구를 만나든 아들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장을 볼 때도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만, 쇼핑할 때도 아들에게 입힐 옷만 눈에 들어오는 주인공은 무뚝뚝한 아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자신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냈다고 밝힌 허슈밍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어머니와 제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조명해보고 싶었다.

원하는 일을 하는 제 삶과 엄마의 삶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줌마' 허슈밍 감독 "한국 드라마 열성팬 엄마한테 영감받아"
낯선 한국 땅에서 길 잃은 림 메이화는 아파트 경비 정수(정동환)를 만난다.

그는 처음 보는 외국인인 자신에게 따뜻한 밥을 사주고, 침대와 히터까지 내어주는 정수의 따뜻함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짧은 영어와 눈빛, 몸짓으로 소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허슈밍 감독은 "영화를 작업하면서 소통이 정확하게 이뤄지는 데 가장 신경 썼다"고 말했다.

"문화적 뉘앙스를 잘 파악하고 정확히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이란 세계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한국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한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신경 썼습니다.

"
주연 배우 홍휘팡은 "제가 연기한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저 또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비교했을 때 한국 배우들은 정말 열정적이었다"며 "그 열정과 함께할 수 있어 기뻤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영하 10도 날씨에도 얼른 가서 촬영하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작품에 임했다"고 떠올렸다.

'아줌마' 허슈밍 감독 "한국 드라마 열성팬 엄마한테 영감받아"
아이를 가진 뒤 일을 그만두고 오로지 가족을 위해 살았던 림 메이화는 여행을 마친 뒤 아들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찾아간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씨야·다비치·티아라의 '여성시대'는 주인공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허슈밍 감독은 "엄마가 나에게 헌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엄마도 그 역할 말고도 아주 많은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얘기해보고 싶었다.

특정 나이에 이른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