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괴짜 천재' 피아니스트를 기억하며
올해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가 태어난 지 90년, 타계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굴드는 50번째 생일(9월 25일)을 맞은 지 얼마 뒤인 1982년 10월 4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후에도 생전 못지않은 명성과 인기를 누려왔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비롯해 굴드가 남긴 바흐 녹음 음반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괴짜 천재’로 요약되는 그의 삶과 예술은 지속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4일 굴드의 40주기를 맞아 캐나다 음악사학자 케빈 바자나가 쓴 <뜨거운 얼음: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이 국내에 출간됐다. 바자나가 2003년 펴내 호평받은 책이다. 저자는 이번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초판 이후 밝혀진 오류를 바로잡고, 일부 내용을 추가해 편집했다고 한다.

탁월한 평전이다. 글렌 굴드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저자는 균형 잡힌 시선과 통찰력이 담긴 평가, 음악사적 분석을 곁들여 굴드의 50년 인생과 음악세계를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유기적인 전개와 재치있는 문체 등 작가적 구성력과 글솜씨도 뛰어나다.

저자에 따르면 굴드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리스타와 파데레프스키 이후 가장 유별난 성격의 연주자였고, 이로 인해 추종자를 양산했다. 동시대의 제임스 딘과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견될 정도다.

굴드의 사후 인기는 성격도 한몫했다. 그의 기벽(奇癖)은 매력적이었고, 그의 은둔은 신비감을 더했다. 사후 명성도 굴드가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힐 만큼 연주자로서 거둔 성공에도 불구하고 모험가, 반항아, 아웃사이더로서의 색채가 짙다. 유별난 곡 해석 방식, 기이한 무대 매너, 30대에 화려한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을 버린 것, 관습에서 벗어난 삶 등은 권위와 전통에 대한 고집스러운 저항을 나타냈고, 이 때문에 굴드는 매력적인 인물이 됐다.

이 책의 원제인 ‘놀랍고도 이상한(Wondrous Strange)’과 출판사가 저자와 논의해 붙인 한국어판 제목 ‘뜨거운 얼음(hot ice)’에는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 고독을 갈구하면서도 막상 혼자 있게 되면 외로워서 타인에게 전화를 걸고, 냉정하면서도 낭만적이고, 깔끔하면서도 지저분하고, 고상하면서도 괴짜”였던 굴드의 모순된 삶이 함축돼 있다. 두 어구 모두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시시어스의 대사에서 따왔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