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핵전쟁 위협 경고에 '톤다운'…"러, 핵무기 사용준비 징후 없다"
백악관, 바이든 '아마겟돈' 발언 진화…마크롱 "신중해야"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마겟돈'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핵전쟁 위협을 언급한 가운데 백악관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자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 전략 태세도 이전과 같다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도 바이든이 경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신중함을 주문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로 이동하는 비행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발언과 관련해 더 우려할 만한 새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수 주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푸틴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언급해왔다"면서 "대통령이 이번에 말한 것은 그것"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나 우리의 핵 전략태세를 조정할 만한 어떤 이유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박한 핵무기 사용 위협이 있느냐는 질문이 재차 나오자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의 이런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 소통 조정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지난달 21일 "우리는 러시아의 전략 태세에 대해 최선을 다해 감시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미국의 전략 태세를) 바꿔야 한다면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이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 리셉션 행사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상황이 진행돼온 대로 계속된다면 쿠바 미사일 이래 처음으로 우리는 핵무기 사용의 직접적인 위협에 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존 F. 케네디와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러시아 정보 판단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겟돈'(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의 동향이 새롭게 잡힌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표현 사용을 놓고 미국 정부 관리들도 놀랐다고 CNN 방송은 보도했다.

한 관리는 "경각심을 주는 정보가 있었다면 우리는 분명히 핵 전략태세를 변경했을 텐데 핵 대비태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위해 체코 프라하를 찾은 마크롱 대통령은 7일 회의가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문제들을 언급할 때는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한 바이든을 비판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사나 마린 핀란드 총리 역시 같은 질문에 "러시아가 이 분쟁을 빠져나오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이라고 강조, 바이든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대답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