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한화그룹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12조원을 넘게 들여 비스마야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 사업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사업을 더 진척하기보다는 일찌감치 접어서 미래의 부실을 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은 지난 7일 '비스마야 신도시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공사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한화건설은 "NIC가 비스마야 공사의 공사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등 계약위반을 했다"며 "계약위반을 이유로 공사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건설이 단독으로 맡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사업비만 12조9964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7년 말까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으로 25㎞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0만세대 주택과 학교, 병원, 오수처리시설 등 19개 인프라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화건설이 2012년부터 국민주택 건설 사업과 인프라 사업으로 나눠 진행했다. 국민주택건설 건설과 인프라 사업의 진행률은 지난 6월 말 현재 각각 44.83%, 28.87%에 달했다.

한화그룹이 12조원이 넘는 비스마야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NIC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사업 리스크가 커진 결과다. 두 사업을 진행하면서 받지 못한 미수금·미청구공사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8280억원(상각처리대금)으로 나타났다. 미수금은 자산으로 인식하지만 회수하지 못할 경우 '영업외손실' 형태로 회계처리한다.

한화건설은 NIC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부채항목)으로 미수금·미청구공사금(자산항목)을 상계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처로부터 먼저 받은 선수금은 통상 부채로 인식되지만, 공사 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매출로 인식한다. 지난 6월 말 한화건설의 해외공사 선수금은 8078억원이다. 해당 선수금은 상당액 비스마야과 관련됐다. 미수금·미청구공사금(8280억원)을 선수금(8078억원)으로 상계처리하면 202억원가량이 남고, 손실로 회계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건설이 대규모 프로젝트인 비스마야에서 손을 떼는 것은 부실을 일찌감치 덜어내려는 목적도 짙다. 한화건설은 100% 모회사인 한화로 이달 31일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비스마야 사업을 더 진행하면서 미수금 등이 더 커질 경우 부실 위험도 그만큼 불어난다. 한화그룹을 품는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로 부실이 번져나갈 우려도 높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빠르게 올린 데다 달러가치가 뜀박질하는 만큼 이라크를 비롯한 신흥국의 신용위험도 커지고 있다. 부실을 손절하는 차원에서 비스바야 사업을 접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