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중국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뉴스1
지난 2일 서울 중국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뉴스1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호텔업계가 실적 개선에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이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높은 지역 위주로 비즈니스호텔의 객실 투숙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신라, 조선 등 5성급부터 비즈니스호텔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호텔업체는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로 5성급 호텔의 투숙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즈니스호텔까지 회복세로 접어들며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비즈니스호텔 객실 투숙률 높아져…외국인 관광객도 늘어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홈페이지 캡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홈페이지 캡처
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의 9월 객실 투숙률은 전년 동월 대비 약 20% 높아졌다. 신세계조선호텔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역시 같은 기간 투숙률이 40% 증가했다.

비즈니스호텔의 투숙률 상승에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국인 방문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 평균 외국인 방문객은 7520명으로 올해 1월(333명) 대비 21배 이상 급증했다. 국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는 '강달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미국인 관광객이 29%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L7의 지난달 외국인 투숙객 비중 역시 60%에 달했다. 전년 동월엔 10% 미만이었다. 명동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의 외국인 비중 역시 전년 8%에서 올해는 55% 수준으로 올라왔다.

호캉스 유행 이어 비즈니스호텔까지…실적 회복 '기대감'

비즈니스호텔이 회복세를 보이다보니 다양한 성급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호텔업체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호텔 실적 개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연회장, 식음시설 등 부대시설이 5성급 호텔에 비해 적은 비즈니스호텔은 코로나19 이후 5성급 호텔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5성급 호텔은 '호캉스' 수요 급증과 함께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지만, 비즈니스호텔은 출장객이 줄고 '가성비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인 방문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5성급 호텔은 2019년 64개에서 2021년 61개로 업장 수가 3개 줄었지만, 3~4성급 호텔은 345개에서 308개로 37개나 감소했다.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자 영업을 중단했던 호텔 중 운영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나타났다. 지난 1월23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인계는 내년 3월부터 다시 예약을 받기 위해 전산 및 객실 시스템 등을 정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은 수원지역 출장 손님과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호텔로, 글로벌 호텔 체인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의 3성급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다.

해외여행 정상화, 중국인 입국이 변수

제주드림타워 제공
제주드림타워 제공
호텔업계에선 비즈니스호텔 매출 정상화와 함께 기업 수익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다만 '해외여행 정상화'와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며 내국인의 출국이 많아질 경우 5성급 호텔에 대한 '호캉스'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중국인 관광객 입국이 지연돼 국내 호텔 객실의 투숙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높은 객실료에도 만실을 기록했던 제주도 고급호텔의 경우 도내에 이미 공급 객실 수가 많아진 터라 수요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객실료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문을 연 제주신화월드는 2062개 객실을, 2020년 문을 연 제주드림타워는 1600개 객실을 운영한다.

두 곳 모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대규모로 시설을 지었지만 한한령에 이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중국인 입국이 제한돼 큰 타격을 받았다. 두 곳은 내국인 수요로 객실 투숙률을 높이기 위해 다른 5성급 호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객실을 제공했다. 방문객들 사이에선 '가성비 호텔'로 입소문을 타며 호평을 받았지만 호텔업계에서는 '5성급 호텔 시장의 가격을 흐려놨다'는 혹평도 나온다.

한 고급호텔 관계자는 "8~9월 국내 여행 성수기철이 지나며 이달 들어서는 5성급 호텔 투숙률이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며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인 일본의 무비자 개인 입국기 가능해지면서 내국인 여행 수요가 옮겨갈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되어 있어 호텔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객실료를 낮추게 되면 타격을 클 공산이 큰 만큼 중국인 수요가 받쳐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