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서 산 '크린랲' 알고 보니…다른 제품이었다
‘크린랲’이라는 상품명을 타사 제품에 사용하고, 자사 비닐랩 제품에 크린랲과 비슷한 포장을 사용한 쿠팡에 대해 법원이 상표권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 민사부(부장판사 이영광)는 주식회사 크린랩이 쿠팡을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크린랩은 무독성 PE(폴리에틸렌)랩 제품을 국내에서 처음 내놓은 기업이다. 국내 가정용 랩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크린랲’은 크린랩이 판매하는 랩 제품의 상표다. 2019년 쿠팡은 타사가 제작한 식품 포장용 랩 상품명 앞에 ‘크린랲’이라는 명칭을 표시해 판매했다. 또한 쿠팡 앱 제품 검색창에 ‘크린랲’을 검색하면 크린랩 상품 이외의 랩 상품을 먼저 띄우는 방법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쿠팡이 자체 제작한 랩 제품의 겉면에 크린랲의 포장과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크린랩 측은 “쿠팡이 크린랩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 측은 “제조사로부터 상품정보를 그대로 받아 등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상표권 침해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타사의 제품이 먼저 검색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크린랲’을 검색해 타사 제품이 우선 나왔다고 하더라도 상품에 고유 상표가 붙어있는 이상 헷갈릴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포장의 유사성에 대해선 “포장의 특징을 누구에게 독점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독] 쿠팡서 산 '크린랲' 알고 보니…다른 제품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크린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법원은 타사 제품에 크린랲의 명칭을 달아 판매한 것에 대해 “쿠팡은 크린랩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며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쿠팡 제품에 비슷한 포장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에게는 상호나 제품이름보다 포장이 주는 인상에 의해 식별될 여지가 크다”며 “소비자들의 상품평을 봐도 크린랩과 쿠팡 제품을 서로 혼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선순위 설정 행위에 대해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특정 상표를 검색어로 입력하는 경우 해당 상표 외에 다른 상품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며 “소비자들은 검색어에 ‘크린랲’을 입력할 때 원고의 제품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상품도 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쿠팡은 크린랩에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또한 해당 포장을 사용한 쿠팡의 제품에 대해서도 제조·판매 등을 금지했다. 쿠팡과 크린랩은 모두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상표 검색 시 타사 상품 노출은 침해 아냐" 판단에
이커머스 업계 주목


이번 판결에 대한 이커머스 업계의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타사 상품도 함께 노출되는 방식의 검색 서비스를 관행적으로 제공해오고 있는데, 이런 검색 서비스가 부정경쟁행위나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쿠팡을 대리한 유영선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비자가 어떤 상표를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이 상표적 사용이 아니어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이커머스에서 검색어를 통한 상품 노출 및 상품 배열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 측면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법원이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