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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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르노가 43%에 달하는 닛산 보유 지분을 줄이는 대신 닛산은 르노의 신설 전기차 자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협상이 닻을 올렸다. 프랑스·일본 자동차 연합의 지배구조가 20여 년 만에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전기차 전환이 다급한 르노가 닛산과 지배구조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일 일본을 방문한 루카 드 메오 르노 최고경영자(CEO)와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의 회담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협상이 본격화했다고 9일 보도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1999년 르노가 경영위기에 빠진 닛산의 지분 3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지 20여 년 만에 두 회사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게 된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 43%를 갖고 있다. 반면 닛산의 르노 지분율은 15%에 불과하다. 그나마 프랑스 법률상 닛산의 르노 지분은 의결권을 인정받지도 못한다. 닛산이 르노에 불공평한 지분 관계 개선을 요청한 이유다.

르노가 입장을 바꿔 지배구조 협상에 나선 건 자동차산업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판매 부진으로 르노는 2020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 5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자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했다. 르노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기차 사업 강화에 나섰다. 지난 2월 회사를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는 사업부와 전기차 전용 사업부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전문 자회사의 이름은 암페어로 정했다. 자동차업계는 르노의 부활 여부가 암페어의 성공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전환에 성공하려면 거액의 투자자금이 필수적이다. 르노가 닛산과 미쓰비시 등 일본 제휴사의 출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닛산은 암페어에 출자하는 조건으로 르노에 43%에 달하는 닛산 보유 지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협상의 윤곽은 다음달 8일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드러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