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손든 직구족…리셀 가격도 올라 구매포기 선언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미국에서 가방을 직구하려다 1,400원 넘게 치솟은 환율 때문에 구매를 포기했다.

최씨가 구매하려던 가방은 202달러.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수준이었던 올해 초만 해도 관세와 배송비까지 모두 부담해도 30만원 정도면 가능했지만 지난 7일 환율 1,412.4원으로 계산하면 37만∼38만원까지 값이 뛴다.

배송대행지를 거쳐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최씨는 리셀 사이트로 눈을 돌렸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최씨가 구매하려던 가방은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지난 7월 말만 해도 38만원 안팎에 거래가 완료됐지만, 이제는 45만원 넘게 값이 뛰었다.

리셀 사이트 판매자들도 환율 상승에 맞춰 판매가를 올린 것이다.

최씨는 중고거래사이트 당근을 뒤져 새제품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판매자가 갑자기 거래를 철회하고 값을 올리는 바람에 이마저도 그만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해외직구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직구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도 환율 때문에 더는 직구를 못 하겠다거나 직구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환율 전망이 어두워 대규모 할인에도 직구 시장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구족들은 이미 지갑을 닫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 가운데 미국 구매액은 5천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수치는 주간 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한 값인데, 지난해 2분기 1,10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2분기에 1,260원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미국 직구액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2분기 때는 미국 직구액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5.7% 늘어 대폭 증가했던 점과도 대비된다.

반면 엔저 현상에 일본 직구액은 전년 동기보다 31.1%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 유통 업계에서는 떠나는 직구족을 잡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롯데온은 10월 한 달간 150개 인기 직구 상품의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할인 행사를 열어 환율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직구 온라인몰인 'LDF BUY'에 일본 직구관을 열었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는 11번가는 직접 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관을 내달 7일까지 운영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넘게 치솟은 3분기에는 직구 규모가 더 줄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