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사업 중단·휴직 등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던 지역가입자에게 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가 7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저소득자 지원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고액 납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소득월액을 상한액인 553만원으로 신고하고, 보험료 최고액에 해당하는 월 49만7700원을 납부하는 고액납부자 32명이 저소득자 지원 상한액인 4만5000원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금보험료 지원은 실직, 사업 중단, 휴직으로 납부예외 중이던 지역가입자가 재산·소득 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납부를 재개하면 받을 수 있다.

7월부터 시행된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은 인원은 7~8월 2달간 7976명이었다. 이 중에는 기준소득월액이 400만원 이상인 고액납부자도 65명 포함돼 있었다.

보험료를 지원받은 7976명을 납부 재개시 신고한 기준소득월액 구간별로 구분해 본 결과 △100만원 미만 114명(1.4%)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 7086명(88.8%)을 차지했다. 주로 저소득층이 전체 지원 인원의 90.2%를 차지한 가운데 △15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315명(3.9%)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312명(3.9%)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 84명(1.1%)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 21명(0.3%) △500만원 이상 44명(0.6%)이었다.

특히 기준소득월액을 상한액인 553만원으로 신고해서 보험료 최고납부액에 해당하는 49만 7700원을 납부하는 인원도 32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들 중에는 실직 전 기준소득월액이 524만원으로, 최고납부액인 월 47만1600원을 납부하던 고소득자도 있었다.
또 실직 전 기준소득월액이 20만원으로 월 6000원을 납부하다가, 납부 재개를 시작하면서 기준소득월액을 상한액으로 신고하고 최고 납부액 49만7700원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전체 지원 인원을 연령별로 구분해보면 △60대 99명(1.2%) △50대 3233명(40.5%) △40대 1758명(22.0%) △30대 1785명(22.4%) △20대 1,075명(13.5%) △19세 이하 26명(0.3%)으로 50대가 가장 많은 가운데 10대 가입자도 26명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납부예외 사유별로는 △실직 7627명 △사업 중단 327명 △휴직 22명이었다.

한편 2개월 동안 전체 지원 대상자 258만명 중 해당 제도에 지원한 인원은 지원 인원은 7976명(0.31%)에 불과해 제도 보완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연숙 의원은 “아직 초반이기는 지원 인원이 적고 사업의 취지와 달리 일부 고소득자가 지원을 받는 것은 문제”라며 “지원이 불필요해 보이는 분들을 제외하고 어려운 분들이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함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에 대한 소득과 재산 기준을 정했는데, 종합소득 중 사업소득 및 근로소득을 제외한 소득금액이 연간 1680만원 이상인 자와 토지, 건축물, 주택․항공기 및 선박에 대한 재산세 과세표준의 합이 6억원 이상인 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지원 상한액은 월 최대 4만5000원으로 정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